법무부 "사법부의 권한 남용"… 미 전역으로 번지는 헌정 갈등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가 연방검사장 임명을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장의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해당 인사를 향해 "검사장 행세라는 기만극(charade)을 끝내라"고 공개 비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검사장 사칭땐 징계"… 법원이 내린 이례적 명령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지니아 동부연방법원의 데이비드 노박 판사와 한나 라우크 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린지 할리건 검사장 대행을 사실상 자리에서 축출하기 위한 강력한 명령을 잇따라 내렸다.
노박 판사는 결정문에서 "법원의 구속력 있는 명령을 무시한 채 연방검사로 행세하는 기만극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며 "앞으로 법원 서류에 자신을 '연방검사장'으로 표기할 경우, 법정을 기만하는 허위진술로 간주해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WP는 노박 판사가 판결문에 '사칭(masquerading)'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담아 할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를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이례적인(extraordinary) 충돌'이라고 평가했다.
◆ '검찰 경력 0' 트럼프 개인 변호사의 추락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린지 할리건은 검사 경력이 전혀 없는 보험 전문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 등을 맡았던 개인 변호인단 구성원이었으며, 임명 당시부터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전임 검사장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등 정치적 반대파의 기소를 거부하자 그를 전격 경질하고 할리건을 그 자리에 앉혔다. 취임 직후 할리건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코미 전 국장 등을 기소하며 강한 충성심을 과시했으나, 법원은 "임명 절차가 불법"이라며 자격을 박탈했고, 그가 진행했던 기소들 역시 모두 기각됐다.
현재 할리건의 정식 검사장 지명안이 상원에 계류 중이나, 지역구 상원의원(민주·마크 워너, 팀 케인)들의 반대로 인준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 "사법권 남용" vs "법치주의 수호"… 갈등 확산
트럼프 행정부와 법무부는 법원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원 제출 문서에서 노박 판사를 "기초 법 원칙조차 모르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조치를 "행정부 권한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사법권 남용"으로 규정했다.
반면 법원은 상원의 인준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임시 대행' 체제를 반복하며 측근을 요직에 앉히려는 행정부의 전략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버지니아를 비롯해 뉴저지, 델라웨어, 시애틀 등에서도 유사한 검사장 임명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 "법원이 직접 검사장 뽑을 수도"
버지니아 법원은 이미 독자적인 조치에 나섰다. 법원은 할리건을 대신할 새로운 임시 연방검사 후보를 공개 모집하는 공고를 주요 신문에 게재했다. 연방법은 검사장 공석이 120일 이상 이어질 경우, 판사들이 직접 임시 검사를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이 지명한 검사장을 해임하고 다시 할리건을 재임명하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사법·행정부 간의 이번 갈등은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