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분실과 닮은꼴…'늑장 인지' 반복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서울남부지검의 '관봉권 띠지 분실'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광주지검이 보관하던 비트코인 압수물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물리적 증거부터 디지털 자산까지 핵심 압수물에 대한 부실 관리가 연이어 도마에 오르면서 수사기관의 증거 보존·관리 능력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해 12월 압수물 확인 절차를 진행하던 중,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일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비트코인은 과거 4000억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것으로, 규모는 최대 322개(약 407억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비트코인 1798개를 압수했지만, 이 가운데 1476개는 압수 이후 누군가에 의해 빼돌려져 행방이 묘연해졌고, 남은 322개만 검찰에 인계됐다.
검찰은 남은 비트코인을 인터넷과 분리된 물리 저장장치(USB)에 보안키 형태로 보관해 왔다. 이 때문에 외부 해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일각에서는 압수물을 관리하는 내부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6~7월께 검찰 관계자가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 개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짜(스캠) 웹사이트에 접속했고, 이 과정에서 피싱 범죄를 당해 코인이 탈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비트코인이 빠져나간 뒤 약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압수물 관리 부실로 인한 검찰의 분실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파장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번 비트코인 유출 사건은 지난해 검찰 조직을 흔들었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건 모두 핵심 압수물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검찰이 분실 사실을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에야 파악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크다는 평가다. 검찰의 증거 보존·관리 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관봉권 띠지 사건은 지난해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이 2024년 12월 17일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 5000만원 상당의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것이다.
검찰은 이 사실을 약 4개월이 지난 2025년 4월이 돼서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남부지검은 "경력이 짧은 직원이 현금만 보관하면 되는 줄 알고 실수로 띠지를 폐기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검찰이 관봉권 띠지를 고의로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관봉권 특검'까지 출범해 관련 의혹과 경위를 규명하는 절차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관봉권 띠지에 이어 수백억 원대 비트코인까지, 핵심 압수물이 잇따라 구멍 난 모습을 보이면서 검찰의 기강 해이와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parks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