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는 '양날의 검'
"장기적 달러 약세장 가능성" 경고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 달러화가 본격적인 약세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월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이 수출과 기업 실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이 여전한 미국 경제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올해 들어 2.2% 하락했다. 앞서 2025년에도 9% 넘게 떨어지며 약세 흐름을 이어간 데 이어, 이번 주에는 4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발언 이후 확산됐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거래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 트럼프 "약달러가 더 많은 돈 벌게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공개적으로 옹호해 왔다. 그는 "강달러보다 적당히 약한 달러가 미국에 훨씬 이롭다"며, 강달러는 관광을 위축시키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팔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약달러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기업 이익을 달러로 환산할 때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항상 '호재'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물가 상승과 투자자 신뢰 약화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달러 약세는 양날의 검"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약달러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통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 국채 소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처드슨은 겉으로 보이는 경제 지표와 달러 움직임 사이의 괴리도 지적했다. 실업률과 성장률 등 주요 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이지만, 달러 약세는 그 이면에서 구조적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소비·고용도 'K자형' 심화
그는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가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K자형 경제'를 꼽았다. 상위 20%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하는 반면, 하위 계층은 높은 물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 시장에서도 의료·레저 등 특정 분야에만 채용이 집중되며, 소득 계층 간 격차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장기적 달러 약세장 가능성"
월가에서는 달러 약세가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콜 스미드 스미드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시장의 대규모 자본 유입 국면이 마무리되면, 달러는 장기 약세장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2000년대 초 기술주 거품 붕괴 이후 달러가 수년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미국 주식 비중이 MSCI 월드 지수의 약 70%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달러에는 구조적인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TS 롬바드의 다니엘 본 알렌 역시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위험 선호 회복, 미·유럽 간 외교 갈등이 맞물리며 '셀 아메리카'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가 여전히 높은 가치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추가 하락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 흐름이 미국의 성장세, 재정 상황, 글로벌 자본 이동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약달러가 미국 경제에 기회가 될지, 부담이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대응과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