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악인 NO, 허슬러 같은 에너지 담아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우리가 알던 '한명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준비를 마쳤다. 유지태가 오는 2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강렬한 포스로 단종을 비롯해 관객을 압도하는 새로운 한명회를 선보인다.
◆"기존과 다른 한명회...나에겐 감사한 기회이자 도전"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연기 소회를 밝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 광천골로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의 특별한 동거를 그린 작품이다. 유지태는 극 중 수양대군의 심복이자 당대 최고의 권력가인 한명회역을 맡았다.
유지태는 "한명회라는 캐릭터가 주는 에너지가 강렬했다. 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좋은 팀이 함께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운을 뗐다.
기존 걸출한 배우들이 연기했던 한명회 역을 맡은 것에 대해 "감사한 기회이자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훌륭한 연기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캐릭터를 새롭게 변주하고, 한 인물을 다른 형태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귀한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자신만의 한명회를 구축하기 위해 '악역의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했다. 그는 "악역을 연기할 때 단순히 악역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영화 '언컷 젬스'를 예로 들었다.
"영화 속 '허슬러(Hustler)'들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뿜어내는 에너지는 매력적이다. 한명회 역시 실존 인물이자 악인이지만, 그가 욕망의 에너지가 비치면 매력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지태는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한명회가 평상시에는 어떻게 행동했을지,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비치길 바랐을지 고민했다"며 "그는 수양대군 이전에 자신이 왕이고 싶어 했을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왕의 몸짓이나 태도를 은연중에 보이려고 노력했다. 더 인자하고 관대해 보이지만, 그럴수록 더 무서워지는 양면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태의 이러한 설정은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박지훈(단종역)과의 첫 대면 장면에서 유지태의 포스가 너무 강렬해, 눈을 마주치지 않는 설정으로 변경됐을 정도다.
이에 대해 그는 "영화 속에서 한명회가 수행해야 할 분명한 지점이 있었다"며 "내가 중심을 잡고 에너지를 유지해야 유해진과 박지훈,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애틋하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AI로 시각화한 캐릭터·장항준의 유연함..."영화의 핵심은 감독"

캐릭터의 외형을 잡는 과정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유지태는 "한명회를 더욱 심도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고서를 참고하는 것은 물론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시각화해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AI에게 한명회를 묘사해달라고 했을 때 나온 이미지를 보며 방향성을 잡았다"면서 "애초 감독님은 슬림한 이미지를 원하셨지만, 금성대군 역의 이준혁 배우와 이미지가 겹칠 것 같아 오히려 우람한 풍채로 위압감을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유지태는 "장항준 감독은 현장성을 중시하며 배우들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분"이라며 "보통 각본을 직접 쓰는 감독들은 대사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배우의 창작성이나 즉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장 감독님은 배우의 의견을 유연하게 수용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영화의 핵심은 감독"이라고 강조하며 장 감독의 연출력과 리더십에 깊은 신뢰를 표했다.
◆27년 만의 유해진·'진짜 배우' 박지훈...그리고 액션 프랜차이즈의 꿈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아끼지 않았다.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27년 만에 재회한 유해진에 대해서는 "힘든 신인 시절을 함께 겪은 동료가 천만 배우로 성공해 다시 만나니 감회가 남다르다. 함께 영화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종 역의 박지훈에게는 극찬을 보냈다. 유지태는 "아이돌 출신임에도 스타성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배역에 오롯이 집중하는 '진짜 배우'의 마인드를 가졌다"며 "그의 '화양연화'와 같은 시기를 선배로서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로는 전미도를 꼽으며 "무대 에너지가 너무 좋은 배우다. 기회가 된다면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오빠나 삼촌 역할 등으로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유지태는 향후 목표에 대해 "필모그래피를 늘린다면 액션 장르를 조금 더 확장해보고 싶다"며 "상업적인 코드를 갖춘 2~3편 분량의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