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 발표와 함께 "케빈 워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 가운데 한 명, 어쩌면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이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으며, 월가에서는 비교적 제도권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선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시가 연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정치적 인사'로 인식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반센 반센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는 금융시장의 신뢰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단기적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균형 잡힌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줄곧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2025년 하반기 연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트럼프는 추가 완화를 요구하며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근에는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공사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워시 역시 기존 연준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의 신뢰 문제는 현 체제에 있다"며 사실상 '체제 교체'를 언급했다. 다만 이는 합의와 연속성을 중시하는 중앙은행 문화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명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도는 가운데, 정부 부채 확대와 노동시장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연준은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연준 독립성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은 백악관의 통화정책 관여 가능성을 거론해 왔으며, 최근 법무부가 파월 의장을 연준 건설 공사와 관련해 소환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연준을 정치적 압력에 굴복시키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워시 지명으로 차기 연준 의장 경쟁은 일단락됐지만,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무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준 인사 지명을 막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새 연준 체제에서도 통화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최대 두 차례에 그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로 여겨지는 3% 안팎에서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파월 의장의 거취도 변수로 남아 있다. 연준 의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로서 남은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어, 연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내부 견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을 둘러싼 사건을 심리 중으로,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중앙은행의 위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워시의 지명에도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미 주가 지수 선물은 내림세를 보이며 제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