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동계올림픽 102년 역사에서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브라질의 루카스 피녜이루 브라텡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보르미오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25초00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1차 시기에서 1분13초92로 81명 중 압도적인 1위에 오른 그는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2차 시기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선두를 지켜냈다. 2위 마르코 오더마트(스위스·2분25초58), 3위 로이크 메이야르(스위스·2분26초17)를 여유 있게 따돌린 기록이다.

알파인스키 대회전은 두 번의 주행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종목으로, 남자부는 표고차 250~400m에 달하는 슬로프를 고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브라텡이 금메달을 따내자 브라질에선 반응이 폭발했다. 현지 방송은 1차 시기 직후 "브라질 역사상 첫 동계 메달이 다가오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스키연맹(FIS)과 각국 주요 매체도 "브라질이 동계올림픽 102년 역사, 알파인스키 역사를 동시에 다시 썼다"며 앞다퉈 브라텡의 이름을 헤드라인에 올렸다.
브텡텐의 스토리는 극적이다. 2000년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브라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오슬로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기에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를 따라 브라질에 건너갔다가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와 스키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노르웨이 대표로 대회전과 회전에 출전했지만 두 종목 모두 완주에 실패하며 쓴맛을 봤다.

좌절 끝에 그가 선택한 건 국적 변경이었다. 브라텡은 2024년 3월부터 어머니의 나라 브라질 대표로 뛰겠다고 선언했고, 국적 변경 절차를 거쳐 브라질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이후 월드컵 시리즈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며 가능성을 키우더니,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과 국가의 첫 메달을 금빛으로 채웠다.
레이스를 마친 뒤 그는 결승선에서 눈밭에 털썩 주저앉아 포효했다가, 곧장 관중석으로 올라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끌어안는 장면을 연출했다. 브라질 공영방송은 "하계올림픽에서 축구·배구·유도 등으로 메달 170개(금 40·은 49·동 81개)를 수확한 브라질이, 마침내 동계올림픽에서도 첫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브라질은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동계올림픽에 꾸준히 선수단을 보내왔지만, 그동안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나라가 이탈리아 알프스의 슬로프에서, 동계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전통 있는 알파인스키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남미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이었다.

한국 알파인 간판 정동현(하이원)은 같은 종목에서 세계의 벽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정동현은 1·2차 합계 2분35초41을 기록, 완주 선수 69명 가운데 33위에 머물렀다. 1차 시기 1분20초84로 37위에 오른 그는 2차에서 1분14초57로 기록을 크게 줄였지만 순위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1988년생인 정동현은 2010 밴쿠버부터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이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