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성적표에도 시장 신뢰 되찾아
매출 줄었지만 순이익 네 배로 뛰어
컴퓨팅·모바일 부문이 이끈 방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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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종목코드: BBY)의 주가가 지난 3일(현지시간) 7.08% 급등하며 65.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P 500 지수가 중동 정세 불안 속에 0.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강세였다. 베스트바이는 이날 지수 내 두 번째로 큰 상승 종목으로 기록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날 발표된 실적은 매출과 동일점포 매출 모두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주가는 왜 뛰었는가. 핵심은 '기대치의 역학'에 있다. 웨드부시의 매튜 맥카트니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 전부터 "기대치가 이미 충분히 낮아진 상태여서 판매 부진 자체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미 최악을 상정하고 있던 시장에 베스트바이는 예상을 넘어서는 수익성 지표를 들고 나타났다.

◆ 매출은 줄었지만 이익은 네 배로 뛰었다
베스트바이의 2026 회계연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실적을 살펴보면 표면적인 수치는 분명 실망스럽다. 1월 31일 종료된 분기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138억 1000만 달러로,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138억 7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최소 14개월 이상 운영된 매장의 판매 추이를 반영하는 동일점포 매출 역시 0.8% 감소해, 0.1%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그러나 수익성의 궤적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억 4100만 달러(주당 2.56달러)로, 전년 동기 1억 1700만 달러(주당 54센트)에서 무려 362%나 급증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2.61달러를 기록해 애널리스트 예상치 2.46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이 이처럼 대폭 개선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정 영업이익률은 10bp 상승해 5%를 기록했다. 4분기 미국 내 조정 판매관리비(SG&A)는 보상비와 건강 관련 비용 감소 덕분에 전년 대비 3600만 달러 줄었다. 코리 배리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수익성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인정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컴퓨팅·모바일 부문이 이끈 방어선
제품군별 실적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가전과 홈시어터 부문은 4분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가전 부문은 홈 리모델링 수요가 위축되고 긴급 교체 수요가 높은 환경 속에서 판촉 경쟁이 격화됐지만, 실질적인 물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대형 TV 부문 역시 판매량과 매출 모두 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 목표치에 미달했다. 특히 월마트(WMT)가 비지오(Vizio) 플랫폼 확장을 위해 대형 TV에 공격적인 판촉을 펼친 점이 시장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컴퓨팅과 모바일 부문은 전사 실적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컴퓨팅 부문은 8개 분기 연속으로 긍정적인 비교 매출을 기록했고, 모바일 부문은 노트북·데스크톱·액세서리 수요와 통신사 파트너십 확대에 힘입어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팬데믹 초기 구입했던 컴퓨터를 교체하는 수요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윈도우 11 운영체제 전환과 최신 게임 콘솔 출시도 소비자 지출 의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 부문은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직전 두 분기보다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경영진은 팬데믹 시기의 강세와 콘솔 사이클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앞으로 어려운 비교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안경, 3D 프린터, 수집품, 장난감, 헬스 링, 휴대용 PC 게이밍 기기 등 신흥 카테고리에서 '강한 성장'이 관찰됐다는 점은 새로운 수요 흐름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불균등했던 분기의 흐름
코리 배리 CEO는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11월과 12월 초 매출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12월 후반과 1월 초에는 강한 판매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1월 마지막 주에는 기상 악화로 인한 매장 폐쇄가 매출에 일부 타격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분기 내내 수요 패턴이 고르지 않았던 것이다.
경영진은 업계 환경을 예상보다 공격적인 판촉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규정했다. 이는 마진과 제품 믹스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 경쟁력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판촉 강도가 높아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온라인 사업도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내 온라인 매출은 49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지만, 비교 기준으로는 2.3%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의 고성장세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해외 사업 역시 비교 매출이 1.3% 줄었고, 매출총이익률은 90bp 하락해 20.5%를 기록했다. 다만 환율 효과로 보고 기준 매출은 0.5% 소폭 증가했다.
◆ 3년간의 침체를 끊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던 동일점포 매출이 회계연도 연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0.5% 증가)으로 돌아섰다. 전체 연간 매출도 415억 3000만 달러에서 416억 9000만 달러로 소폭 증가하며 오랜 감소 터널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회계연도 전체 기준 조정 EPS와 매출은 전년 대비 1% 미만이지만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배리 CEO는 "데이터에 따르면 연휴 분기 동안 고객 수요가 다소 약세였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최소한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는 매출 감소가 베스트바이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현상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점유율을 지켜냈다는 것은 베스트바이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방증하기도 한다.
고객 경험 지표도 개선의 신호를 보냈다. 고객 관계 NPS(순추천지수)는 최근 3년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온라인 주문 처리 속도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해 디지털 주문의 70%가 이틀 내 배송되거나 픽업 준비가 완료됐다. 이는 순수 전자상거래 업체와 전통 소매업체 모두와의 비교에서 베스트바이의 옴니채널 경쟁력을 재확인시켜 준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