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는 결국 축제···자신을 시험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으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극적으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동료들에게 "대회 자체를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호주를 7-2로 꺾었다. 이 승리로 한국은 극적인 방식으로 8강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 호주와 함께 나란히 2승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 팀 간 맞대결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며 일본(3승)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9년 대회 이후 무려 17년 만에 WBC 8강 무대에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
이날 경기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승부였다. 한국은 승리뿐 아니라 경우의 수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가 큰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주장인 이정후 역시 경기 전부터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정후는 중요한 순간마다 팀을 이끌었다. 그는 3회초 2사 상황에서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팀에 귀중한 추가점을 안겼다. 이 타점으로 한국은 3-0으로 달아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막판에도 극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한국은 6-2로 앞선 9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이정후가 유격수 정면 땅볼을 쳤다. 병살로 연결되며 공격이 그대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종료됐다면 한국은 실점률 계산에서 불리해지며 대회 탈락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행운이 한국 편이었다. 타구가 호주 투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이를 처리하던 호주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2루 송구 과정에서 실책을 범했다. 이 사이 주자가 진루해 1사 1, 3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이어 안현민(kt)이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한국은 귀중한 7번째 득점을 올렸다.

이정후는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7-2로 앞선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호주 릭슨 윈그로브가 우중간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자칫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정후는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잡아냈다. 당시 한국은 단 한 점만 더 내줘도 실점률 계산에서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기에, 이 수비는 팀을 8강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장면이 됐다.
경기 후 이정후는 티빙 중계 인터뷰에서 긴장감 넘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살면서 이렇게 긴장한 경기는 처음이었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더 떨렸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제 한국 대표팀은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8강전에 나선다. 상대는 D조 1위 팀이다. 아직 조 순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3승을 거둔 도미니카 공화국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정후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맞대결에 대해 부담보다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정석대로라면 도미니카 공화국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자기 자신을 시험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대회를 즐기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정후는 "대회는 결국 축제다. 미국에 가면 도미니카나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도 있을 텐데 클럽하우스 관계자들에게 부탁해 사인도 받고 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스타 선수들과 교류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저도 메이저리그에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배트 사인을 서로 주고받은 적이 있다"라며 "이런 경험도 대회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미니카 공화국의 유력한 선발 투수로 거론되는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정후는 "체인지업이 정말 뛰어난 투수"라며 "예전에 한 번 상대했을 때 2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는데, 그 안타도 사실 운이 좋았던 타구였다"라고 평가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