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트럼프는 2016년 이후 대통령 언어를 설득에서 적대적 동원으로 바꿨다
- 그는 국민·의회·동맹을 통합 대신 배제와 대립의 대상으로 삼았다
-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질서보다 힘과 거래를 앞세웠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미국 우선주의가 바꾼 대통령의 언어: 설득에서 적대적 동원으로
트럼프의 등장이 미국 정치에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정책의 내용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대통령이 국민과 의회, 동맹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말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미국 대통령의 언어는 전통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을 하나의 국민으로 결합하고,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의회와 국민에게 설명하며, 미국의 국가이익을 보편적 가치와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대통령의 말은 권력의 표현인 동시에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었다.

물론 미국 대통령들이 언제나 절제되고 통합적인 언어만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를 거칠게 공격했고, 전쟁과 위기의 순간에는 적을 도덕적으로 규탄했으며, 정당 간 대립이 격화될 때에는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선거운동의 언어를 국가통합의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오랜 관습이 존재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만이 아니라 반대한 국민까지 대표해야 했고, 의회를 압박하면서도 입법을 위해 야당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해야 했다.
트럼프는 이 경계를 스스로 붕괴시켰다. 그는 선거운동에서 사용한 대립적 언어를 취임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해 나갔다. 대통령이라는 제도적 지위가 트럼프의 언어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트럼프의 선거운동 언어가 대통령직의 전통적인 문법을 변화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욱 현실적 해석이다.
그 전환은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트럼프는 미국을 범죄와 테러, 불법이민과 무역적자, 공장 폐쇄와 정치적 부패가 결합한 위기의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정당이나 의회, 행정부의 전문 관료조직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기존 정치질서 바깥에서 국민의 의지를 직접 수행할 지도자로 내세운다.
그 연설에서 가장 상징적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무도 나보다 그 체제를 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이 그것을 고칠 수 있습니다."
"Nobody knows the system better than me, which is why I alone can fix it."
이 문장은 트럼프 정치언어의 핵심을 압축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권력을 분산시키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다. 그러나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언어는 제도적 협력보다 지도자의 개인적 능력과 결단을 앞세운다. 의회와 정당, 관료조직과 언론은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주체가 아니라 무능하거나 부패한 기존 체제의 일부로 묘사된다.

동시에 트럼프는 "나는 여러분의 목소리다(I am your voice)"라고 종종 말한다. 이 표현은 대의민주주의의 일반적 언어처럼 보이지만, 그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대통령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자신과 자신을 지지하는 대중 사이에 정당과 의회, 언론과 전문가 같은 중간기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직접대표의 논리라 할 수 있다.
지도자는 제도적 절차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해석하고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국민의 진정한 의지를 직접 구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에서는 정치적 반대가 단순한 정책 차이로 남기 어렵다. 지도자가 곧 국민의 목소리라면, 그 지도자에게 반대하는 정치인과 언론, 법원과 관료는 국민의 뜻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포퓰리즘의 핵심적인 이분법이 형성된다. 한쪽에는 정직하고 애국적인 '진짜 국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국민을 배신한 엘리트와 기득권, 외국 세력과 그들의 국내 협력자가 존재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2분법적 구도를 이용해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불만을 하나의 정치적 감정으로 결합하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 중산층의 소득 불안, 불법이민에 대한 우려, 테러와 범죄에 대한 공포, 인종과 문화의 변화에서 비롯된 불안, 워싱턴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모두 하나의 서사로 자리 잡았다. 그 서사는 미국이 약해진 이유를 복잡한 구조적 변화보다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접근의 장점은 민주주의 정치가 요구하는 설명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는 점이다. 무역적자가 산업구조와 환율, 소비와 투자, 공급망의 변화에서 비롯된 복합적 현상이라는 설명은 짧은 정치구호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경쟁국들이 미국을 속이고 있으며 미국 지도자들이 그것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동맹관계 역시 공동의 안보와 장기적 전략이라는 복합적인 논리보다, 누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가를 따지는 거래의 문제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언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공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정성은 국제규칙이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가를 뜻하지 않았다. 미국이 거래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에 가깝다. 국제정치의 제도와 동맹은 공동의 규범보다 손익계산의 대상으로 재구성되었다.
2017년 2월 28일 트럼프가 처음으로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을 때, 그는 선거운동의 대립적 언어를 다소 완화하고 "통합과 힘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의 시민권과 종교적 증오에 반대하고, 모든 국민이 하나의 피와 하나의 국기를 공유한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이 연설은 대통령이 선거 이후 국가통합의 언어로 이동하는 전통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설의 역사적 진단은 취임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미국이 해외에 일자리와 부를 수출하는 동안 중산층이 축소되었고, 세계 곳곳의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국내 도시의 어린이들을 외면했으며, 다른 나라의 국경은 지키면서 미국의 국경은 열어두었다고 주장한다. 해외에 수조 달러를 지출하는 동안 미국의 사회기반시설은 무너졌다는 설명도 반복되고 있다.

그는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평범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조용한 항의로 시작된 반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2016년, 우리 발밑에서 땅이 움직였습니다. 그 반란은 조용한 항의로 시작되었습니다."
"Then, in 2016, the Earth shifted beneath our feet. The rebellion started as a quiet protest."
'반란(rebellion)'이라는 표현은 중요하다. 선거는 서로 다른 정책과 정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정기적 민주절차가 아니라, 국민이 부패한 지배질서에 맞서 일으킨 정치적 봉기로 해석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혹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교체된 또 하나의 정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민이 기존 정치질서를 심판하고 권력을 되찾은 혁명적 전환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서사에서는 야당의 반대와 언론의 비판, 법원의 제동과 행정관료의 저항이 정상적인 견제와 균형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것들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내린 명령을 기득권이 방해하는 행위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곧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행위가 되고, 행정부에 대한 수사는 법 집행보다 정치적 박해로 규정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언어의 특징은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유엔총회는 본래 각국 정상이 국제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전쟁을 방지하고 국제규범과 다자협력을 확인하는 상징적 무대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주권국가의 이익을 국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언제나 미국을 우선할 것이며,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나라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실용주의적 노선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공동의 규칙과 가치 아래 결합한 하나의 공동체라기보다, 각국이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추구하면서 필요할 때 협력하는 국가들의 집합으로 묘사된다.
주권을 강조하는 것 자체는 국제연합의 원리와 충돌하지 않는다. 유엔 역시 주권국가의 평등을 기초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주권을 공동규칙 안에서 행사되는 권리라기보다, 외부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국가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한으로 강조했다는 점에 있었다. 트럼프식의 협력은 규범적 의무가 아니라 이익이 일치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2017년 유엔 연설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북한을 향한 표현이었다.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평화와 분쟁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엔총회 연단에서 한 회원국의 완전한 파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당시 유엔총회 의장에게도 이 표현의 적절성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었고, 유엔 내부에서는 연설의 폭발적 성격과 다자주의의 미래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언어의 특징은 설득보다 억지와 위협에 가깝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도 적대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러한 경고는 동맹과 국제법, 유엔 결의와 집단안보의 정당성 안에서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압도적인 힘과 행동 의지를 직접 드러내는 방식으로 상대의 굴복을 요구하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표현이 거칠어진 문제가 아니다. 언어가 국제질서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전통적인 언어에서는 미국의 힘이 동맹과 규칙, 국제기구를 통해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의 언어에서는 동맹과 국제기구의 가치도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국제기구가 미국의 뜻과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협상을 계속해야 할 제도가 아니라 비용을 줄이거나 탈퇴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트럼프의 언어는 힘의 비대칭을 전면에 내세운다. 동맹국은 공동의 가치를 지키는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할 채무자가 되었고, 무역 상대국은 공동번영의 협력자이면서 미국의 부를 빼앗아 간 경쟁자가 된다. 국제기구는 미국이 설계한 질서의 기반인 동시에 미국의 행동을 제한하는 장애물로 묘사되고 있다.
트럼프의 언어가 가진 정치적 힘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모든 문제에 정확한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시민이 경험한 상실과 분노에 명확한 이름을 붙였다. 경제적으로 잊혔다고 느낀 사람들에게는 '잊힌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주었고, 제도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느낀 사람들에게는 대통령이 곧 그들의 목소리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지도자가 국민의 일부를 '진정한 국민'으로 특별히 규정짓는 순간, 그 범주 밖에 놓인 시민들의 정치적 정당성은 약화될 위험이 있다. 대통령의 말이 다양한 국민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결합하는 언어가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과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구분하는 언어가 될 때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먼저 언어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