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박해일이 10일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자(들) 복귀 소감을 밝혔다.
- 그는 심지가 굳은 언론인 김재환 역으로 자유언론실천선언 장면을 이끌었다.
- 박해일은 현대사 사건과 기자 직업의 본질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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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해일이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에서 엄혹한 시대와 무력 앞에서도 심지가 굳은 언론인을 연기하며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박해일은 1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한산: 용의 출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유해진, 이민호와 함께 영화의 삼각 축을 이루며 연기 호흡을 맞췄던 때를 떠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도 지어 보였다.
"허 감독님이 영화를 기다렸나 봐요. 감독님이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셔서 가끔 편하게 만났다가 작품 제안을 하셨고, 시나리오도 주셨어요. 이걸 하려고 기다렸나봐요. 그런 말씀을 드린 것 같아요. 감독님도 1970년대를 다룬 영화는 처음이시고 저도 70년대에 태어나긴 했지만 그 전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다 보니까 궁금했죠. 이참에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씩 작품 통해서 좀 알아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있었어요."

박해일은 1974년도에 일어났던 대통령 저격 사건과 영부인의 사망과 관련해 굵직한 사건만 알았지 자세한 내막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음을 고백했다. 70년대에 태어나 자라고, 연기자로 2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해당 사건이 영화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한번쯤은 만들어볼 만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영화를 오래 하면서 '서울의 봄'이나 80년대에 일어난 사건들, 1987 같은 이야기들을 다룬 진중한 영화들이 있었죠. 감독님께 책을 받고 나서 왜 이 사건이 영화화되지 않았던 걸까. 오히려 궁금함으로 다가왔어요. 현대사의 큰 사건이고,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과 똑같지는 않아도 미국이나 여러 나라에서도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던 영화들이 꽤 있었잖아요. 스포트라이트 같은 영화들을 제가 되게 좋아하던 기억이 있거든요. 한국 영화에서 이런 장르도 만들어낼 수 있다라는 식으로 가볼 수 있을까요? 했더니 감독님이 좋아하신 기억이 나요. 영화적 장르로서 새로운 한국 영화로 다가가고자 했던 마음이 컸습니다."
박해일은 극 중에서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김재환이란 인물을 통해 그야말로 참된 언론인의 기준을 바로 세운다. 동시에 그가 연기한 재환은 가족관계나 사생활, 과거사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판타지적인 인물로도 그려진다. 유해진이 연기한 경찰 철구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양새다.
"어떻게 보면 재환이 중견 기자라는 직업 외에는 과거사가 안보이기 때문에 저는 또 반대로 그 인물의 역사를 덜 생각해도 되는구나. 주어진 사건, 직업적인 부분에 더 깊게 들어갈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한테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이런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구현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죠. 결혼은 했을까. 갔다 왔을까. 그럼에도 이 인물은 작품 속 캐릭터에만 충실한 게 더 맞다고도 여겼어요. 유해진 선배가 맡은 캐릭터는 굉장히 풍부하죠. 개인사와 일적인 부분이 모두 드러나고요. 어쩌면 그런 대비를 주시려고 하셨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재환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읽어내려가는 장면이 아닐까. 박해일 역시 동의하며 해당 장면의 중요성을 짚었다.
"제게도 중요했던 장면 중 하나였지만, 관객으로서 맞닥뜨린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역지사지를 해봤거든요. 신문사 공간 안에서 정신없이 판이 펼쳐지는 데에서 무언가를 선언하면서 읽는다는 게 될까. 작품을 하다 보면 수많은 한 두 번씩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어요. '헤어질 결심' 때는 맨 마지막 바닷가 신에서 혼자 핸드폰 소리를 듣는 장면, 그리고 이 영화 속 선언 장면이 그랬어요. 다행스럽게도 그때 한 번 그런 상태가 와줬던 것 같아요. 테이크를 많이 가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죠. 자세히 보시면 더듬더듬 하는 부분도 보이거든요. 또 완벽하게 외워서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 앞에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걸 느끼면서 해야하다보니 발음이 조금 틀려도 감정을 쭉 밀고 나가보자 했던 기억이 있고요. 우려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영화에서는 다른 직업군 종사자에겐 낯설게 느껴질 만한 조직 문화와 용어들도 나온다. 재환이 1970년대를 산 사람치고 지나치게 요즘 사람처럼 깔끔 담백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가 몸 담은 기자 직군에 대해서는 꽤나 현실 고증을 꼼꼼히 한 측면도 있다.
"상사에게도 그냥 부장, 국장 이렇게 부르는 게 신문사라는 공간이 그 시대에는 그만큼 단결과 단합이 잘 되는 조직이지 않았을까. 감독님이 또 나이 차보다는 기사를 쓰는 본질에 대해 집중하는 태도가 좋을 것 같다고도 하셨고요. 편집국장한테 그냥 형이라고도 하죠. 지금도 그렇습니까?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좋은 측면으로 생각되네요."

영화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박해일은 여전히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배우같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미지도 그가 여전히 청년으로 보이는 데에 한 몫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를 함께 한 유해진의 얘기를 꺼낸 박해일은 "짧은 콘텐츠를 해진 형님이 정말 유연하게 잘하시더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해진과의 첫 인연은 1998년 박해일이 대학로 연극 무대에 들어왔을 때 봤던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에서 박희순과 함께 연기하던 모습이다.
"정말 탁탁 포인트만 짚어주셔서 영화를 알리시는데 해진 형님께 배운 게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몰래 봤는데 거짓말 안 하고 빼곡하게 매 신마다 메모가 돼 있었어요. 아이디어와 의견과 생각, 모든 것들이 담긴 지도 같은 거죠. 전주에서 촬영할 때인가, 끝나고 차 타고 가시다가 6~7kg를 남았는데 뛰어가시겠다 하시고 매니저를 보내더라고요. 무릎을 탁 쳤어요. 그 날의 스트레스는 그 순간에 푸시는 구나. 긴 호흡으로 영화 끝까지 가는 체력과 마인드를 만드시는구나. 저도 바로 근처의 천변을 찾아서 그냥 뛰었죠. 너무 좋더라고요. 땀도 나고 잠도 잘 오고. 영화랑도 잘 맞아 떨어졌던 게 이 영화가 시작 땡 하면 끝까지 달려가는 영화거든요. 해진 형님이 그 톤을 알고 하셨는지 모르지만 비슷하게 일상을 계속 유지하셨던 거예요. 그렇게 배운 점이 많았어요. 너무 감사하죠."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과 '헤어질 결심'에서 만났던 인물이 그랬듯, 신문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그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고 했다. 영부인 저격 사건이라는, 격동의 현대사 중에서도 충격적인 대형 사건을 따라가지만 결국 본질은 정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짚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종병기 활' 때는 활이라는 구체적인 소재가 좋았어요. 국궁을 잡아봤는데 그 질감이 좋아서 하고 싶었죠. 기자 역을 제안 받았을 때 20년 째 작품을 하면 매번 만나게 되는 게 수많은 기자 분들이거든요. 왜 제대로 이 역할을 안해봤지. 이 정도의 소스를 갖고 있는데. 납득이 돼서 이번에 만난 겁니다. 어쨌든 그 시대의 김재환은 정도의 길을 걸었고, 이 영화는 각자의 정도를 걸어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엔딩 타이틀 노래까지 듣고 난 뒤에, 배우로서는 관객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싶은 시점이 온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