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국제금융부 최근환 차장의 기고문입니다.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며 뉴욕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달러화는 끝모를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세계 주요국 경제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관련 파생상품 손실이 국제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며 월가를 휩쓸고, 개인 파산과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고 있으며 이는 주요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가치가 급락, 기축통화(Key-Currency) 로서의 달러화 매력이 사라지면서 실물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며 금, 유가 등 주요 원자재 수요 증가로 경기하락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소비가 줄어들자 각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에는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110엔 아래로 밀려났다. 저금리 기조하의 엔화를 차입해서 고금리 통화인 미국 달러화, 유로화, 우리 원화 자산 매집에 나섰던 엔캐리 트레이딩이 미국 달러 가치 하락과 주요국 증시 조정 및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급격한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달러.엔 환율은 연중 고점인 124엔에서 109엔대까지 수직낙하 하고 있다. 그나마 하루에 2엔 이상씩 순식간에 폭락하면서 소위 “와따나베 아지매”로 불리우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손 쓸 틈도없이 고스란히 손실을 보고있다.
1986~1995년 저축대부조합(S&L) 사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및 롱텀케피탈매니저먼트(LCTM) 사태, 2001년 엔론, 월드컴 등 회계분식 사건 및 9.11 테러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혼란 만큼이나 작금의 서브프라임 문제는 그 폭과 깊이 조차 파악되지 않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않은 가운데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커다란 위험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관련 파생상품으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어 2000년대 들어서 장기적으로 누리고 있는 호황 주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가, 환율, 금리 등 경기지표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뉴욕증시를 추종하는 패턴이 이어질 전망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지 올해로 10년째되는 의미있는 시점에 이번에는 외환부족이 아닌 가치없는 과다한 달러 표시 외환보유고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40%가 넘는 단기외화부채, 경상수지 흑자 감소, 펀더멘탈에 어울리지 않는 원화절상 속도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 동안 환율하락으로 애타던 수출업체들의 경우 최근 환율 급등을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부산은행 국제금융부 최근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