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분양 건설사 승소 이후 대형 건설사 할인 분양 줄이어
[뉴스핌=이동훈 기자] 8.29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시장의 숨통이 한결 트였지만 분양 시장의 침체 현상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의 '총체적 난국'을 뚫기 위해 건설업계가 미분양 물량에 대해 분양가를 할인해 판매하는 '할인 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분양가를 할인해 재분양하는 방식은 최근 고안된 분양 수법은 아니다. 지난 분양시장 침체가 본격화 된 2008년 이후 지방의 장기 미분양 물량부터 적용돼왔다.
할인분양을 실시하고 있는 대우 부개역 푸르지오 |
아울러 대형 건설사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갈고 닦아놓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쉽게 할인 분양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지자체가 조사하는 미분양 물량 조사에 아예 신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절차 상의 문제점도 있다. 분양가를 할인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인 시행사와 시공사가 합의를 봐야한다. 이 때문에 자체사업 형태로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 중견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이 수월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시행사를 둔 채 공사비를 받는 도급공사 형태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 할인이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국내 주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분양가 할인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미분양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할인분양 러시는 지난 9월의 대구지방법원 판결이 기폭제가 됐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당시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분양가 20% 할인을 단행하자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할인분양에 따른 피해의 근거가 미약하다'며 기각했다.
이를 계기로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분양가 할인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자칫 대기업이란 점을 악용, 입주자들이 대규모 소송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이 판결은 사실상 대형 건설사의 할인분양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대우건설은 최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공급하는 '부개역 푸르지오' 중 미분양 물량인 48평형과 58평형에 대해 각각 분양가의 15%를 넘는 최대 1억원 가량의 할인분양을 단행한다.
분양 측에 따르면 당초 이 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를 실시해 48평형의 경우 약 60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었지만 입주가 시작했음에도 미분양 해소는 요원한 상태다. 이를 위해 시공사와 시행사측은 미분양 판매를 위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으며, '회사 보유분'으로 명명된 물량에 대해 이 같은 '파격세일'을 실시하는 중이다.
대우건설은 인근 부천에 공급한 소사역 푸르지오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으로 '미분양 떨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 분양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공개하지 않은 채 현장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자타가 공인하는 주택브랜드 No1 삼성래미안도 수도권 아파트에 대해 할인분양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이 경기 고양 성사동 원당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분양한 '래미안 휴레스트' 아파트가 바로 할인분양의 주인공이다.
삼성건설도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래미안 휴레스트 미분양 물량에 대해 2년간 대출이자 및 확장·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해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미분양 해소가 부진하자 이달 들어서는 분양가의 15% 정도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GS건설은 입주 1년차를 맞은 서초 아트자이 미분양 물량에 대해 15% 분양가 할인을 시작하는 등 대형건설사들의 분양가 할인 러시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최후의 수단'이었던 분양가 할인을 '대세'로 만들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할인분양은 분양 시장 왜곡과 수요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분양가를 15%이상이나 깎아주는 것은 결국 회사의 말만 믿고 분양 당시 계약한 수요자들만 바보로 만드는 셈"이라며 "법원이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계약자에게 분양가 할인을 소급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