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아일랜드가 다시 유로존 채무 우려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현지 은행권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이어 애써 문제를 감추거나 늦추어 왔던 주택담보 대출에서도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까지 아일랜드에서 주택모기지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 및 건설 프로젝트 분야의 금융에 비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는 현지 은행권에 수 백억 유로의 손실을 안겨주었고, 정부의 구제 금융은 아일랜드 전체를 도산의 위험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차 주택모기지 부문에서 문제점이 증가하고 있어 이제는 매우 건전한 아일랜드 은행권조차 위험에 처하는 제2차 파동 예감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주초 아일랜드 은행업종주의 급락과 함께 국채 CDS프리미엄의 급등이 유발됐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이날 더블린 증권거래소에서 아일랜드 금융업종지수는 5.3%나 하락했으며, 특히 최대 모기지대출은행인 뱅크오브아일랜드의 주가는 5.6% 급락했다.
◆ 아일랜드 주택모기지 연체 갈수록 증가
갈수록 많은 아일랜드 가계가 모기지상환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금융규제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아일랜드 주택모기지 대출자의 4.6%에 달하는 3만 6000명 이상이 90일 이상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의 2만 6000명, 전체의 3.3% 비중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다음달 발표되는 올해 9월 수치는 미국의 9% 비중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는 하지만 6월에 비해서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더블린의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인 데이빗 더피가 올해 초 추정한 바에 따르면 연말까지 전체 모기지의 1/4에 달하는 20만 건이 주택담보 가격이 대출금보다 떨어지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불길한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더피 연구원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좀 더 강화된다면 '깡통주택'의 규모는 35만 건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아일랜드 은행가 출신으로 현재는 독립적인 은행부문 애널리스트인 피터 매슈스는 지난 2007년 아일랜드 부동산 경기의 정점까지 약 3년 동안 이루어진 주택대출액 중 약 10%에서 20% 정도가 상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더블린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모간 켈리는 현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아일랜드가 부분적으로는 모기지 디폴트 사태로 인해 금융 위기의 벼랑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일랜드 국채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가 부도의 망령이 다시 등장했다. 주초 아일랜드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사상 최대치로 확대되었으며, 이 같은 소식은 곧장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취약한 나라의 국채 스프레드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일랜드 국채의 CDS프리미엄 상승 소식은 지난주 미국 달러화 대비 1.43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던 유로화 가치를 1.40달러 아래로 끌어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3주 정도 중단했던, 아일랜드와 같은 어려운 나라로부터의 채권매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 주택모기지 디폴트, 위기 촉발 우려
아일랜드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에 가려보이지 않던 주택모기지의 문제점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3년말 현재 490억 유로였던 주택모기지 규모는 2010년 3월 현재 1130억 유로까지 증가했다.
그 동안 아일랜드 주택모기지의 연체는 미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 주목받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일랜드의 경우 은행이 주택모기지를 연체한 대출자의 다른 자산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은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아일랜드 정부가 지난해부터 은행들에게 법률적인 강제 집행을 하기 전에해 6개월 정도 연체할 때까지 기다려주라고 지침을 내린 것도 디폴트가 억제되도록 한 요인이었다. 올해 2월부터는 아예 그 기간을 12개월로 연장했다.
게다가 아일랜드의 사회보장시스템은 일부 제한은 있지만 갑자기 실업에 처한 모기지대출자들에게는 이자를 대신 상환해주고 있기도 하다.
2008년에는 이런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8091명으로 그 이자 대납 금액은 2800만 유로에 달했다. 올해는 그 규모가 1만 7500명, 액수로는 64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노력으로도 모기지 대출의 문제를 제거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앞서 매슈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은행권의 손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주택모기지는 문제는 지연된 위기"라고 지적했다. "문제점이 터지지 않도록 연기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