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가 부활되더라도 외국인의 한국 국채투자수익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거주지국에서 납부하느냐 한국에서 납부하느냐의 차이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 국제 자금 흐름 ▲ 원화 향방 ▲ WGBI 편입 가능성.
결국, 외국인의 채권투자를 다시 확대시키려면 WGBI 편입 가능성을 재확대하고, 원화 강세가 재개된다는 컨센서스가 있어야하며, 국내외 자금흐름이 다시 채권으로 집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의 유재호 애널리스트는 12일 "한국은 현재 74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둔화의 요인이 단순 원천징수세 부활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르면 한국(원천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거주국에서 공제받는다"며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를 부활하더라도 외국인이 부담하는 세금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에게는 거주지국에서 납부하느냐(현재), 한국에서 납부하느냐(원천징수 부활시)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물론 거주국에 이자소득세가 없거나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지 않는 국가는 예외다.
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국가는 대만, 룩셈부르크, 홍콩의 3개국으로 이들의 국내 채권보유는 16조원수준으로 외국인의 총 보유규모 79조원의 20%다.
유 애널리스트는 "대만, 룩셈부르크, 홍콩이 각각 부담해야 되는 추가 세율은 4%, 10%, 14%"라며 "이를 고려하면, 현재 4.5%인 국채 10년물의 실질투자수익률이 각각 18~63bp 하락하게된다"고 설명했다.
홍콩 투자자의 경우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말레이시아(신용등급 A-) 국채 10년물 3.8%와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하는 셈이다.
대신 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의 한국채권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요인을 ▲ 국제 자금 흐름 ▲ 원화 향방 ▲ WGBI 편입 가능성에서 찾았다.
외국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원천징수 그 자체 보다는 ▲ 원천징수제 부활, 장기물 발행비중 축소 등 WGBI 편입을 제한하는 제도적 움직임 ▲ 원화가치 하락 혹은 상승둔화 가능성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그는 "그동안 외국계 IB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해 한국국채 투자를 권유하는 노골적 보고서를 내놓았던 점을 보면, 원화 향방은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제자금흐름도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유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가 좋아질수록 글로벌리 위험자산가격은 오르고 안전자산가격은 하락한다"며 "이에 따라 자금흐름도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위험자산가격이 상승할수록 태국에서 한국 국채 투자를 모집하는 일은 줄고, 대신 태국 국내 주식이나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유 애널리스트는 "결국 외국인 채권투자를 다시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은 ▲ WGBI 편입 가능성 재확대 ▲ 원화 강세가 재개된다는 컨센서스 ▲ 국내외 자금흐름이 다시 채권으로 집중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단기간에 다시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당분간 외국인 매수에 관해 느린 혹은 꾸준한 증가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