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꾸로펀드로 스타 반열…자문사 대표 제2인생
- "삼성엔지니어링, 내 생애 최고 수익률 안겨줘"
- "자식에겐 365일 긴장 펀드매니저 직업 비추천"
[뉴스핌=홍승훈기자] "우~ 뇌동해서 몰려가는 걸 싫어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들고 있는 건 들어가지않아요. 또 좋은 주식은 반드시 갈 것이란 고집이 좀 강한 편이죠. 세일즈도 안해요. 세일즈하면 수익도 더 빨리 실현되겠지만 그냥 조용히 기다리는 편입니다."
2006년 한해동안 신문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펀드중 하나가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펀드'다. 시황과 유행에 따르지 않고 저평가주 중심으로 철저히 종목에만 집중했던 펀드로 알려져 있다. 2년만에 누적수익률 125%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회자됐던 이 펀드는 김상백 대표(사진)가 한투 주식운용본부장 시절 운용했던 펀드다. 김 대표를 스타급 매니저 반열로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최초 자문사 설립자란 별칭이 따라 붙곤 했던 김상백 대표. 이전에도 펀드매니저를 하다 자문사를 차린 이들이 일부 있지만 대형사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자문사를 차리는 당시의 트렌드에 사실상 스타트를 끊은 건 그였다. 이후 펀드매니저들의 자문사 설립 붐이 한바탕 시장을 휩쓸었다.
그를 스타 매니저로 만들어준 투자종목은 뭘까. 우선 한투 시절 그의 성공투자 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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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년 오일달러를 예상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을 샀어요. 당시 4000원 정도에 매수했죠. 기관 외국인 그 누구도 안들고 있던 주식입니다. 이후 2~3년만에 18만원까지 올랐고 결국 40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펀드매니저 생활 중 가장 큰 수익률이었죠"
이후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펀드매니저로는 처음으로 사내 강연 등의 인터뷰 요청도 받았다. 정작 해당기업도 모르던 잠재력을 김 대표가 먼저 발견해 투자한 점을 높이 사 그의 내공과 지식을 직원들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어떻게 삼성엔지니어링을 찾아 대박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을까. 후일담을 들어보자.
우선 그는 당시 오일달러라는 트렌드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오일달러→금리인하→자산가격 상승→소비증가→유가상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당시는 소비증가에서 유가상승으로 가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먼저 최근 현대건설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주가는 7000원 안팎. 비록 이라크에 미수채권은 많았지만 현대건설은 중동지역내 브랜드 넘버원. 이에 매수했고 단기에 1만 2000원까지 급하게 올라 이익실현을 했다. 다행일까. 현대건설이 갑작스레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며 주가가 급락해 안도했지만 결국 그가 본 트렌드는 맞았고 이후 현대건설은 꾸준한 상승세를 탔다.
그 뒤에 김 대표가 찾아간 곳은 두산중공업. 하지만 주저한 끝에 사지는 않았다. 박씨 일가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산은 이후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세 번째 찾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대박의 성공투자를 경험하게 된다.
대세를 명확히 짚어내는 능력, 발로 뛰는 자세, 남 보다 한발 앞선 투자, 역발상 투자. 지금까지 그의 성공을 이뤄낸 비결인 셈이다.
최근엔 STX엔진이 효자종목. 2~3개월만에 70% 가량의 수익을 냈다.
이 또한 한발 빠른 투자판단 덕이었다. 일명 '7공주' 주식을 자문사들이 사모을 때 미리 나와 기계/조선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 가격이 계속 올랐는데 정크본드 가격도 올라갔었죠. 즉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 상승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경기 우려감으로 안정적인 자산 중심이었는데 정크본드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그가 STX엔진을 택한 단초였다. "바로 STX그룹을 분석했죠. 그랬더니 싱가포르 상장 등 재무구조 개선 로드맵을 갖고 있더군요. 조선업황도 돌아서는 상황이어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같은 투자판단이 두달새 70% 수익률을 안겨준 요인이었다.
"이제 미래 유망종목 얘기를 좀 해주시죠. 앞으로 어떤 업종과 종목이 좋을까요"라고 묻자 그는 IT와 은행, 건설주를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최근까지 성장률이 좋았던 중국이 세계경기를 견인해 왔지만 지금은 긴축으로 돌아서는 상황인 만큼 중국보다는 미국쪽 포지셔닝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과 미국 비율이 7:3이었다면 5:5정도로.
그는 "미국에 웨이팅을 둔다면 IT 비중을 조금씩 늘려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익측면에서 보면 은행과 건설주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경우 당장 4/4분기 실적증가세에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지난 2Q~3Q에 충분히 쌓아둔 충당금 덕에 내년 환입될 대손충당금이 많을 것이고 실적 또한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것입니다. 최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시너지도 기대되고 KB금융도 상당히 저평가 된 상태죠. 신한지주의 경우는 상당히 좋은 회사긴 하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 전 경영진의 부실부문에 대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건설주 또한 해외부문 발주가 올해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국내 주택부문이 다소 리스크요인이긴 하지만 지방 미분양이 해소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돌아서는 분위기라 이 리스크만 사라진다면 해외 성장성을 인정해줄 때가 올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에서 신생 자문사 사장으로 변신한 그에게 가장 바뀐 부분은 뭘까.
"늘 주식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본부장을 하다보면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부수업무가 상당하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의 나이 46세. 성실과 열정,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펀드매니저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 올해 나이 46세의 김 대표. 그는 투자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는 개인 포부를 전하면서도 자식에게만은 이 직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매니저 직업이란 게 항상 포지션을 갖고 있다보니 365일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미국동향과 뉴스를 항상 체크해야하고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봐야하니 발뻗고 잘 때가 거의 없네요. 이런 직업 자식에게 권하고 싶겠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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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