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KB 하나금융 등 인수의사 표시
- 금융당국, 적기시정조치 받을 가능성 큰 곳 대상 매각 희망
- 예보기금 공동계정 도입 유력, 은행들 동참 압력에 수용 분위기
[뉴스핌 = 한기진 변명섭 배규민 기자] ‘경영정상화 약정(MOU) 맺은 61개 저축은행 중심의 인수합병(M&A)과 예금보호기금내 공동계정 도입’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실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처리방안이 두 가지로 압축됐다. 우리나라 최대 금융그룹들이 여러 개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게 첫 번째고, 예보기금내 공동계정을 만들어 파산에 대비하는 것이 두 번째 방안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그룹 등은 구체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혀,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공동계정 도입은 저축은행업계가 강력하게 원하는 반면, 시중은행들은 미온적이어서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 “BIS 5% 이하, 부실 우려 큰 곳 M&A 우선 순위”
부실 저축은행들에 대한 처리가 빨라질 것을 알린 이는, 금융정책당국 수장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에 대해 “나름대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고 기본방향은 이미 결심이 서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의 금융그룹 수장들도 일제히 이 자리에서 “저축은행 인수계획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저축은행 1~2곳 이상 M&A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저축은행 시스템 안정을 위해 주요 금융그룹들이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B금융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축은행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이들 금융그룹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금융이 인수하면 다른 지주사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그룹들이 일제히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드러낸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과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일단 금융그룹들이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요구가 되는 그런 저축은행이 우선순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BIS자기자본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에게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다.
◆ 공동계정 참여, 저축은행업계 시중은행 설득 총력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도입은 저축은행업계가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공동계정은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기금중 일정 규모를 따로 떼내 만드는 것으로 저축은행 파산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다. 현재 예보기금중 저축은행계정은 바닥난 지 오래고, 은행 등 다른 계정에서 빌려쓰고도 적자규모가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업계 한 CEO는 이날 신년인사회에서 시중은행 은행장들에게 “예보에서 책임을 지고 있으니 은행들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며 공동계정에 참여해줄 것을 설득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은행들은 공동계정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예금자나 보험계약자 등 고객들의 동의 없이 공동계정에 참여하면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모든 방안에 대해 깊게 고민하겠다"며 "이미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도입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