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증여, 장내 매입, 계열사 지분매각 등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최근 재계 오너들의 지분 변동이 적잖게 이루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 지분이 모회사로 넘어가는가 하면 비상장 계열사의 오너 지분 변동이 포착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분 소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 변칙상속 세법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오너들의 지분 변동은 더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계 오너들의 지분 이동은 지분 증여부터 장내 매입,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제각각이다.
◆ 계열사 키워 자녀에게...상속형(?)
지난해 말, 자녀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넘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근 관련업계에서 사전 상속 작업(?)이란 구설수에 올라 있다.
이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 수업에 나설 나이가 임박한데다, 지분 변동 중심에 선 계열사가 향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의 CJ파워캐스트 지분 40만주(지분율 40%) 전량을 딸 경후(27세)씨, 아들 선호(22세)씨, 그리고 친동생인 이재환 CJ제일제당 상무의 딸 소혜(21)씨에게 전량 매도했다.
지분 변동은 총 123억 8480만원에 달하는 뭉칫돈 거래로, 이 회장은 50억원 넘는 차익(2009년 매입 당시 72억원 가량 소요)을 거둬들였다.
보유 지분은 경후씨가 12%, 선호씨가 24%, 소혜씨가 4% 등이다. 나머지 60% 가량의 지분은 이 회장이 31.8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CJ시스템즈가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런저런 입방아를 늘어놓고 있다. CJ파워캐스트가 그룹 내 핵심 성장축인 미디어 부문의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통합해 출범한 CJ E&M에서 CJ파워캐스트는 핵심사업인 방송송출 콘텐츠 분야가 주요 수입원이다.
미디어의 핵심 부문에서 막대한 물량 거래가 가능한 셈. 실제, CJ파워캐스트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 비중이 45.48%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향후 CJ파워캐스트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주식 상장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20대 초반의 자녀들이 거액의 주식을 어떻게 취득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 ‘소송에 마지못해서’…합의형(?)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근 지분 이동은 마지못한 ‘합의형’에 속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4일 대물변제 등의 이유로 글로비스 주식 81만 9241주를 현대차에 매각했다.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내의 ‘알짜’ 계열사소릴 듣는데다가 사실상 오너일가의 지배하에 놓여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의 주요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1.88%)과 정 회장(18.11%)이 됐다.
사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있다.
지난 2008년 경제개혁연대가 현대차 소액주주들과 함께 2008년 “정 회장 등이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에 거래 물량을 몰아줘 현대차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이들 두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소송을 냈던 것이다.
법원이 이달 초 정 회장 등에게 826억원을 현대차에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정 회장이 이를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갚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체적 기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합리적’인 기간 내에 남은 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는 처지다.
정 회장과 경제개혁연대의 합의는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안 한다는 조건 하에 이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현대차에서는 현재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정 회장의 주식 매각 제안이 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매각을 하기로 합의를 했으니 정 회장 입장에서는 싫더라도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이뤄지기보단 점진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매각을 ‘비합리적이지 않은 기간’ 내에 치룰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계열분리 수순…시위형(?)
최신원 SKC 회장(SK텔레시스 회장 겸임)의 지분이동은 시위형(?)으로 꼽힌다. 계열 분리를 촉구하기 위한 매각이라는 시각이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일부 SK그룹 계열사 지분을 대폭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다소 잠잠한듯한 지분 매입이 최근 속도를 내며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SK네트웍스의 주식 약 7만주를 장내매입했다. 지난해 9월 주식 매입을 끝으로 당분간 잠잠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반년만에 재게다.
최신원 회장의 지분매입은 이뿐만이 아니라 SK증권, SKC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K증권에 대해 지난달 29일까지 세 번에 걸쳐 8만주를 장내 매입했고, 지난 2월에도 4번에 걸쳐 14만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매입한 6만 2000주를 감안하면 무려 28만주 가량을 매입한 셈이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월 17일 SKC지분 3000주를 매입한 이후 지난달에도 25일까지 총 1만 1090주를 매입했다.
사실 최신원 회장의 이같은 지분 매입은 지배구조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그의 SKC 지분은 3.39%, SK증권 0.26%, SK네트웍스 0.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최신원 회장의 지분 매입이 사촌간 계열 분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최재원 SK 수석부회장 형제, 최신원 회장-최창원 부회장 형제의 사촌간의 계열분리설이 수차례 거론돼왔다. 하지만 현재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다.
이 때문인지 최 회장은 지난달 11일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이례적인 행보도 보이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고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SK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기업이다.
당시 최신원 회장은 “창업주에 대한 묵념도 없고 성의 없이 진행되면서 창업정신이 흐려졌다”고 불편한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 앞서 “뿌리 찾기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SK그룹도 이제는 사촌간 계열분리를 할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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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