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꿈에서 깨어나 울고 있는 제자에게 스승이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제자가 답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가 답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꿈은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에서도 달콤한 꿈,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오는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할 국회에서 헤지펀드 규제 완화 허용 정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헤지펀드가 '대세'임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는 1조 7700억달러를 기록,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제2, 제3의 조지 소로스를 꿈꾸는 운용력들에게 호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헤지펀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헤지펀드가 지난 2009년 들어 평균 19%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어 수요도 늘고있는 실정이다.
다만 우리나라 헤지펀드는 아시아 지역에서조차 영향력이 0.7%에 불과해 경쟁력이 많이 뒤쳐져 있는 상태다. 최근 헤지펀드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정의를 내리는 주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시장의 부침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돈 버는게 목적이란 소리다.
하지만 우리가 도입하는 것은 그냥 헤지펀드가 아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다. 우리에겐 이 '한국형'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헤지펀드 도입 논의의 초점은 적격투자자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다. 향후 실질적 운용을 자산운용사 외에 자문사, 증권사까지 허용하며 펀드 가입자의 일정 자격 조건을 어느정도 수준까지 낮출 것인지, 현행 400% 수준의 레버리지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골자다.
이날 토론회에서 증권사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격투자자 범위 설정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격투자자 범위 설정에 속도가 붙어야 활발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
시장은 현재 설정되어 있는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이라는 규제 수준이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자문형 랩 시장이 1년만에 7조원 규모로 확장되었듯 헤지펀드도 투자허용 기준을 낮추면 급 성장 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에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요건으론 5억~10억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금융당국 역시 기존 50억원에 비해선 투자자격을 대폭 인하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이미 국내 헤지펀드와 글로벌 헤지펀드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헤지펀드를 둘러싼 소비자 보호와 거시건전성 우려에 대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반면 헤지펀드 시장의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현 시점에서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당국과 투자자 모두 헤지펀드라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 준비가 됐는지도 의심스럽다.
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헤지펀드는 그야말로 네트워크가 중요한 영역"이라며 "증권사나 운용사 등 국내 운용력 중 그에 걸맞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곳은 얼마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여·야가 한 목소리로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헤지펀드 도입 신중론을 내세우는 것도 실상은 정부당국이 헤지펀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헤지펀드 도입시 관련 세제나 시스템 운용 부문의 개혁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갈수록 커져가는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절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헤지펀드. 듣기만 해도 달콤한 이 열매를 따 먹기 위해서 지금은 투자자와 관렵업계, 그리고 금융당국이 헤지펀드에 대해 공부할 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이를 책임질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헤지펀드가 투기적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달콤한 꿈, 한국형 헤지펀드.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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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