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이번 주 글로벌 외환시장의 미국 달러화는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주말 연설을 앞두고 쉬어가는 장세가 예상된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외신을 통해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자주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자극제가 됐다.
뒤이어 일본 당국 쪽에서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는 해명이 나오고, 나아가 일본은행(BOJ)이 긴급 회동을 통해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뉴욕 장중 75.941엔까지 하락했던 달러/엔은 이후 76.50엔 선 위로 반등하면서 마감했다. 달러/엔은 지난 연말 수준에 비해서는 약 5.8% 하락한 상태.
주말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는 0.4% 오른 1.439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추가 완화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투기세력들의 미국 달러화 매도 포지션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달러화는 8월 들어 유로화 대비로 0.3%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엔화 대비로도 1.2% 평가절하되었다.
스위스프랑의 강세도 주목받았다. 달러/프랑은 1% 하락한 0.7856프랑을, 유로/프랑도 0.6% 하락한 1.1308프랑을 각각 기록했다. 유로/프랑은 장중 1%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당국의 개입 우려 때문에 프랑화 강세는 다소 제한받았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확산 조짐과 함께 일부 유럽 은행들이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나 세계경제의 침체 위기감은 '안전도피'에 따른 미국 달러화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 등 이른바 전통적인 안전통화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뒤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사실상 일본 당국의 완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나올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이 심포지엄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제2차 양적완화(QE2) 정책 도입을 위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같은 입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 연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작은 힌트만 주더라도 시장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지금 연준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연방기금금리가 '제로(0%)'에 가깝고 양적완화 수단도 충분히 운용한 상태이며, 게다가 위험 요인이 유로존이라는 외부에서도 나오고 있어 얼마나 해결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주 미국 거시지표 발표 일정은 많지 않고 금요일 나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업체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 수석투자담당 이사는 미 국채 수익률이 60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유동성 규모나 안전성 등을 감안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기본적으로 지지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다수 외환분석가들은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이지만, 주요 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