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바라본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관전평
[뉴스핌=홍승훈 기자] "이제 애널리스트의 분석 영역을 넘어갔어요"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IT도 예전의 IT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국가대표급 IT기업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일각에선 당장 3/4분기, 4/4분기 실적 추정조차 어렵다며 손사래를 친다. IT기업 분석만 10여년 이상 담당한 노장의 IT섹터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이들 기업의 실적전망을 거부했다.
◆ 끝모를 추락...삼성전자 시총 100조 붕괴 코앞
위태로워진 대한민국 대표 수출산업 IT(정보기술). 당연히 반도체와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 역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진앙지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경제 둔화 우려감이지만 주변산업 전반이 최악의 국면이다. 국내 IT기업들이 잠시 최고라는 자부심에 취해 있던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너도나도 다시 치고 올라오면서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전세계 IT 민심을 휘어잡은 애플. 그는 어느새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외에 최근 글로벌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 인수를 결정한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들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선 위기를 지나 패닉상태다. 불과 올초만 하더라도 주당 100만원 시대에 진입했다며 기립박수를 보냈던 삼성전자 주가. 당시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필요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새 70만원이 붕괴되고 60만원대도 바닥이 아니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
반도체가격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이 끝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IT 최대 수요시점인 8~9월이지만 실적부진 우려가 대두되는 요즘,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그나마 7월까진 괜찮았는데 8월부터 순식간에 쪼그라들면서 현재로선 실적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조원대 후반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한때 시총 150조원(148조 7720억원)에 육박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장마감 현재 시총 101조원으로 쪼그라들며 두자릿수 시총으로 되돌아갈 판이다. 최근 이틀 반짝 반등을 보이긴 하지만 일시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상쇄효과가 있어 낫다. LG전자에 대해선 어느 것 하나 잘하는 분야가 없어 난국 타개가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물론 주가 하락폭도 더 심하다. 지난 2월 12만 400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6개월이 지난 현재 5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시총도 18조원 가량에서 7조 897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이상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애플의 비약적인 성장 속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1~2등 위치가 있어 글로벌 IT기업들과 같이 갈 수 있겠지만 LG전자는 상황이 다르다"며 "휴대폰, TV, 운영체제(OS) 등 한 분야에서도 치고 나갈 가능성 있는 것들이 보이질 않는다. 투자여력도 삼성에 비해 부족해 우려감이 짙다"고 답변했다.
증권가내 바이사이드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자문사 한 CEO는 "이대로 가다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IT기업들이 여타 경쟁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며 "낙폭이 워낙 커 단기 기술적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낙폭과대 메리트 외에 여타 기업들에 비해 투자 메리트는 확실히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 그나마 LG보단 삼성에 한표...투자전략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력제품군인 반도체. 하지만 대한민국 수출 '1등공신'에서 선박과 석유화학제품 등에 밀리며 지난해 수출품 1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최근 관세청이 발표한 '올해 1월~7월 품목별 수출동향'에 따르면 선박이 361억 2800만 달러로 2009년 이후 2년만에 최대 수출품목에 재진입했다. 이어 화공품, 기계류, 석유제품, 반도체 순이다. D램값 급락에 반도체가 수출 효자품목에서 4단계나 밀린 것인데 이 외에도 전통적인 수출역군 휴대전화, 액정장치 등 IT제품군들의 뒷걸음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CEO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에 대한 상징성이 후퇴하고 있다"며 "최근 1~2년 흐름에서 알 수 있듯 업종내에서도 전기전자 시총비중이 줄면서 자동차와 화학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에 올인돼 있어 업황 변동성이 너무 크지만 M&A 이슈가 변수고, LG전자는 주력제품 대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생존을 고민할 때"라며 "그나마 삼성전자는 사업다각화로 시간은 걸리지만 위기를 탈출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이 또한 현재로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위기감을 전해왔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 측면에선 LG전자가 워낙 낙폭이 커 단기 트레이딩관점에서 접근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며 "현 주가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홀드(Hold)'를, LG전자는 '셀(Sell) 혹은 트레이딩바이'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IT기업간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는 지적도 있었다.
투자자문사 한 CEO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나친 경쟁과 싸움"이라며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해야 현실에서 내부간 전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즉 휴대폰과 TV 등 가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 반도체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상호 협력과 조율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음에도 간과한다는 얘기다.
지난 1980년대 IBM과 시스코의 시대를 지나 1990년대 노키아와 모토로라, 2000년대 인터넷을 평정하며 한 세대를 구가했던 구글, 그리고 2010년대 떠오른 애플 시대를 맞은 지금. 수출효자 기업들로 한때 대한민국 IT강국을 이끌던 삼성, LG, 하이닉스 IT 3인방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증권가와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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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