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널뛰듯이 급변동하는 환율 때문에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불과 두달 전만해도 1000원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원화 강세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으나 이제는 가파르게 치솟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부품이나 원료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한해 장사를 망치는 거 아니냐며 울상이다. 환차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것.
수출업체들도 환율 상승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환율 급등이 유럽발 재정위기 불안감에서 촉발된 것이어서 글로벌 실물경기 둔화로 인해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하는 시기지만 여건이 급변해 방향 잡기조차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오른 1149.90원에 마감했다.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150원에 바짝 다가선 것. 지난달말 1066.80원이었던 환율은 최근 열흘새 70원이나 뛰어올랐다.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는 항공, 정유, 식품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곡물 원재료를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30억여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환율이 1600원대까지 치솟았던 2008년 하반기 환차손으로만 2000억원의 손실을 입기도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640억여원, 아시아나항공은 76억여원의 연간 손실이 각각 발생한다. 기름값, 항공기 도입으로 인한 외화부채 원리금 등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도 환율이 오르면 원유 수입가격도 오르게 돼 경영 부담이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름값이 높아 정부의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 정유사들의 마음 고생이 크다. 다만 수출하는 석유제품의 단가가 함께 올라간다는 점은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이다.
SK에너지는 사내에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VaR(Value at Risk) 기법을 도입해 선물환이나 통화스왑 등 파생상품을 통해 환헤지에 들어갔다. GS칼텍스 역시 감내할 수 있는 환위험 허용 한도를 설정해 한도를 벗어나는 과도한 외화 부채를 관리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애간장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나아지지만 길게 보면 경제가 침체해 환율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기준환율로 잡았던 1100원을 넘어서면서 매출도 환율 상승폭에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는 매출이 1200억원, 기아차는 8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환헤지를 통해 수주 시점에 환율을 고정시키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건설업계도 해외 사업장에서 달러와 유로, 현지 화폐를 골고루 사용해 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200원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일시적으로 넘더라도 단기에 머물 것이라는 것.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에서 대외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환율은 1200원선을 상단으로 당분간 1100원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국간 공조가 강화될 예정이고, 우리 수출 경쟁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환율은 연말로 가면서 1100원선 하향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사장은 이날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3.8%에서 내년 3.5%로 둔화되고, 우리경제도 3.6%로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원달러 환율은 올해 1093원에서 106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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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