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대 부실채권 '눈덩이'…'수술시기' 놓쳐 부담 가중
[뉴스핌=최영수·김연순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너나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부실하지만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자산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지원 여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로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일단락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PF자산의 부실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해 정부의 바람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캠코가 저축은행으로부터 인수한 부실 PF자산은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419개 사업장에 걸쳐 있다. 대부분 사업이 중지된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금융당국 '수술시기' 왜 놓쳤나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곪아 터지도록 금융당국과 관계기관들은 무엇을 했을까. 최근 금융당국에 대한 국감에서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정무위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성남 의원은 23일 금감원 국감에서 “토마토와 제일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올해 들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16개에 이른다”면서 “BIS비율이 10%에 육박하던 저축은행들이 불과 1년 새 부실저축은행으로 판명난 것은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영택 의원은 29일 예보 국정감사에서 “예금보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예보 사장은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면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는 거 같다”고 질타했다.
저축은행 감독부실의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적기였지만 ‘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달아 열리면서 저축은행 문제를 덮어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문제가 확산되자 뒤늦게 정부가 총리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과거에 거론된 방안들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정부가 비판받고 있는 이유다.
◆ 정부, 부실PF 정상화로 '승부수'
이제는 저축은행 사태를 최대한 수습하고 연착륙시키는 게 과제로 남았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경우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기사회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매각이나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저축은행 전반에 걸친 부실PF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캠코가 급한대로 7조원대의 부실채권을 떠안고는 있지만, 3~5년 뒤 만기가 돌아오면 자생력이 부족한 저축은행은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이 부실PF를 ‘폭탄 돌리기’로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저축은행 사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PF사업장을 골라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캠코는 부실PF 정상화에 관심있는 금융사나 건설사들을 적극 참여시킬 방침이며, 현재까지 60여개 기업이 참여의사를 비친 상태다.
캠코는 1차적으로 회생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사업장 30여 곳을 비롯해 최대 100개 사업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목표대로 잘 추진된다면 부실PF 자산의 절반 정도는 정상화시켜 저축은행 사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게 캠코의 계산이다.
캠코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투자한 PF사업장 중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은 사업장이 매우 많다”면서 “사업성이 높은 PF사업장을 철저하게 선별해 정상화시키는 게 저축은행 PF부실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부실PF 정상화에 나선 캠코와 민간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PF자산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키느냐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사태의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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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김연순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