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의 감독당국이 자본건전성 요건을 강화한 데 따라 유럽은행권이 부실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상적인 자본확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산을 사들이는 금융회사에 여신을 제공하는 등 '꼼수'를 부리며 부적절한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RBS는 14억파운드 규모의 상업용 모기지를 블랙스톤에 매각키로 한 가운데 6억유로(9억3900만달러)의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블랙스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난항을 겪자 궁리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 역시 28억달러의 부동산 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여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HEC 파리스 경영학대학원의 데이비드 테스머 재무학 교수는 “이른바 벤더 파이낸싱을 동원할 경우 순수한 자산 매각에 비해 기본자기자본비율이 향상되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부채 위기가 깊어지면서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행은 감독당국이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로 높일 것을 주문한 데 따라 향후 2년에 걸쳐 7750억유로(1조500만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매입하는 금융회사는 대부분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발행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BS의 라울 레오나드 애널리스트는 “부실 자산 매각은 대부분 매물을 내놓은 은행의 자금 지원 여부에 달려 있으며, 말하자면 ‘가짜 디레버리징’이 추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