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장도선 특파원] 유럽연합(EU)은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군사력 측면에서 '수퍼파워'( Super Power)라고 할 수 있다.
EU는 미국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보다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한편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면서 현금에 쪼달리는 유럽은 이제 자신들의 실제 군사적 능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리비아 군사 개입은 영국과 프랑스가 선봉에 서고 미국은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그러나 나토(NATO)의 리비아 군사작전은 실제로 미국의 군사, 기술, 정보, 병참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군수품조차 독자적으로 충분히 조달할 능력이 없었다.
한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나토의 리비아 공습 첫날 발사된 100여기의 크루즈 미사일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쏜 것은 단 2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영국의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두 기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마저도 미국에서 제조된 것들이었다.
약 5000억달러의 군사 예산을 감축해야 하는 워싱턴의 전략가들에게 유럽은 위협과 기회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 미국의 새로운 전략 방위 구상, 유럽은 어디에 있나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전략 구상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일부 사람들이 '아시아의 세기'로 부르는 오늘날에는 미국과 영국 두나라간 관계를 '특별 관계'로 표현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유럽위원회 외교관계 담당 시니어 펠로우 닉 위트니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유럽과 미국간 전략적 이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강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군사력면에서) 성장해야 하며 미국 없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는 것을 배워야 한다"면서 "아니면 스위스식으로 전략적 후방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주둔 미군의 철수는 물론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동서냉전 시절 미국은 유럽에 40만명의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지금 유럽 주둔 미군은 8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숫자가 몇 년 새 절반 수준으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위원회의 유럽 담당 디렉터를 지낸 찰스 쿠프칸은 "전반적 메시지는 유럽은 이제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보다 신경을 쓰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만큼 미국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공백을 유럽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감나지 않는 모습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10년 유럽의 전체 방위비 지출은 2.8% 감소했다.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2011년에도 이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럽의 국방비는 최대 수준, 비효율이 맹점
그러나 유럽의 방위력상 취약점은 단지 돈이나 인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지금도 세계 10대 방위비 지출 국가에 속한다. EU의 전체 방위비 규모는 어떤 항목을 포함시키냐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2000억~3000억달러로 집계된다.
이는 미국 국방예산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어떤 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중국의 2011년 공식 국방예산은 910억달러, 러시아의 국방예산은 530억달러로 발표됐다. 물론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의 실제 국방비 지출은 공식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방비 지출과 관련, 유럽의 문제는 방위비가 비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쿠프칸은 "유럽 국가들은 유럽의 안보를 위해 보다 집단적 접근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언제 보더라도 명백한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정반대의 접근 방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방위 전문가들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진정한 군사력을 배양하기보다는 방위부문을 자국의 산업과 고용을 증대시키려는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한다.
유럽 국가간 방위협력 프로젝트가 미숙한 관리와 정치적 개입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유로파이터나 A400M 군사 수송기 생산 계획은 예산을 수십억달러나 초과 사용하고도 몇년씩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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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