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그간 선거에 '공을 세운' 건설부동산 전문가에게 떨어지던 지자체 공사 사장 자리가 전문인력으로 배치돼 새로운 바람이 예고된다.
최근 관광공사와 도시개발공사를 통합해 '인천도시공사'를 출범한 인천광역시가 새로운 사장에 오두진 전 LH 보금자리 이사를 임명했다. 오두진 신임 사장은 1953년 서울 출생으로 경동고와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오 사장은 대한주택공사와 LH에 몸 담은 전형적인 전문인력이다. 주공 입사 후 30여년간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정부정책사업을 총괄 추진해왔다.
당초 인천시는 새로 출범하는 인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전 도시개발공사 사장인 이춘희씨를 내정한 바 있다. 이춘희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건설교통부 차관을 역임하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내내 주택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지만 정치색은 뚜렷하다. 이 전차관은 호남출신으로, 이번 4월에 치러질 세종시 시장선거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이 전차관의 사장 발탁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8년만에 민주당 출신 시장이 된 송영길 시장이 전략적으로 내세운 인물이란 평가가 짙었다.
특히 인천시는 분양실패를 이유로 실무자들에 대해 줄줄이 징계를 내렸지만 유독 이 사장에겐 책임을 묻지 않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사장은 여론의 압박 속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사퇴했지만 결국 세종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퇴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인천시의 전문인력 출신 공기업 사장 선임은 선거공신이나 정치권에 줄댄 준(準)정치인의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꼽히던 지자체 공사 인사 새로운 바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경우 초대 지자체 공사 사장은 선거캠프에서 나왔다. 지난 2006년 당선된 김문수 지사 선거캠프에서 발탁된 이모 사장은 김 지사의 1기 도정에 이어 2010년에도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맡았지만 선거법 위반과 관련 자진 사임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이재영 전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했다. 경상남도 합천 출신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행정고시(23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특히 이 사장은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내에서도 토지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주택토지실장 등 요직을 거친 주택통으로 꼽힌다.
서울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 SH공사는 통상 서울시 1급을 지낸 공무원 출신이 맡아오던게 관례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최령 전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사장 자리에 한일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유민근씨가 전문경영인 최초로 취임했다.
유 사장은 전북 전주출신으로 경동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물산을 거쳐 지난 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2007년까지 두산건설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한일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유 사장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음에도 사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오세훈 전시장이 재임 중인 지난해 3월 선임된 서울도시철도공사 김기춘 사장이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정치색 없는 전문인력의 자지체 사장직 발탁에 대해 업계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준정치인 공사 사장의 경우 사장직을 잘 수행해 다시 사장직에 선임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재임 중 여론의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실시해 공직 선거에 나오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기업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지방 공기업이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의 한 가운데에는 '한건 터뜨리고 뜨려는' 준정치인 공기업 사장들이 창궐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준정치인 사장은 업계와의 관계도 상-하관계 일수 밖에 없고 시장·도지사를 보좌하느라 얼굴도 보기 힘들다"며 "소통도 편하고 권위의식도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인력의 지방 공기업 사장 발탁은 업계에 새로운 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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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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