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핵심 계열사 경험 축적, '패션 경영인' 도전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최영수 기자] 구본걸 LG패션 회장(56)은 LG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로서,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LG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구 회장은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재벌가의 자녀가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유학길에 올라 MBA과정을 공부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구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남다른 욕심이 있었다.
MBA과정으로는 세계 최고로 꼽는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고, 가족들과 지인들도 적극 격려해 주었다. 이후 미국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했던 것도 미국시장을 제대로 알고 경험하기 위한 구 회장의 선택이었다.
◆ '재무통'에서 패션업계 리더로 변신
▲구본걸 LG패션 회장 |
이후 외환위기 여파가 거세기만 했던 1998년부터 LG전자 미국지사 상무로 옮겨 미국시장을 다시 한 번 경험한 뒤 2003년 LG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부사장)을 맡은 이후 그 해 LG산전(현 LS산전) 관리본부장까지 LG그룹의 주요 보직을 두루두루 거쳤다.
구 회장을 잘 아는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학구파 CEO”라면서 “유학시절부터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재무통’이었던 구 회장이 패션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에 LG상사 패션사업부문장(부사장)을 맡으면서다. 당시 패션사업은 전통적으로 핵심적인 사업부문은 아니었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컸던 분야 중의 하나였다.
당시 패션사업 책임자로서 진두지휘했던 경험은 오늘날 구 회장이 패션업계 주목받는 CEO로 거듭남과 동시에 LG패션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 패션사업은 '내 운명'
이후 2006년 LG상사 대주주간 지분이동 과정을 거치면서 패션사업부문은 독립법인으로 분사했고 2007년 12월부터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었다. LG패션은 현재 구 회장의 지분(17.07%)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38.61% 수준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LG패션이 LG상사로부터 분리될 당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LG그룹 내에서는 구 회장의 역량과 경험에 비춰볼 때 보다 큰 역할을 맡더라도 충분히 해냈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구 회장은 이 같은 기대에 힘입어 지난해 말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06년 LG상사에서 분리된 지 6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LG패션 관계자는 “패션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열정과 비전은 매우 남다르다”면서 “구 회장을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통이던 구 회장이 패션업계 CEO로 거듭나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과제가 산적한 패션업계의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본걸 LG패션 회장 약력>
1957년 출생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졸업
1985년 Cooper & Lybrand 공인회계사
1990년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회장실 재무팀
1995년 LG증권(이사)
1997년 LG 회장실 기업투자팀장(상무)
1998년 LG전자 미국지사
2003년 LG 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부사장)
2003년 LG산전(현 LS산전) 관리본부 본부장
2004년 LG상사 패션&어패럴부문 부문장
2006년 LG패션 대표이사 사장
2012년 LG패션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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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