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신망 두터워... 향후 행보 주목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 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배군득 기자]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경제계 ‘여풍’을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몇몇 주요 그룹에서 여성 경영인의 활동상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정지이 전무만큼 실제로 그룹 총수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이도 드물다는 차원에서다.
정 전무는 어머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후광도 있겠지만 무었보다 본인의 탁월한 능력으로 더 부각되는 인물로 꼽힌다. 일견 무게감을 지닌 그녀의 리더십은 여성 경영인 모범 답안과 같은 성격으로 일부 해석되기도 한다. 대북사업과정에서 보인 그의 차분함과 담대함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여성 인력을 재조명하는 사회적 트렌드도 정 전무의 행보에 힘을 더하고 있다. 부드러움과 섬세함 뿐만 아니라 사업에 있어서도 여성형 리더십이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는 정 전무의 경영 행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 전무는 2005년부터 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도맡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 이 전무(오른쪽 첫번째)가 금강산 온정각 앞 고(故) 정몽헌 전 회장 추모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자료사진> |
재계와 정치계에서 거물들과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넓은 시야와 격의 없는 소탈한 성격 때문이다. 현대그룹 자금을 관할하는 현대상선의 재정부에 입사한 것도 정 전무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 전무의 소탈한 성격은 이미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린지 오래다. ‘격의 없다’라는 말이 자칫 재벌가 여인에게 걸맞지 않고, 과대 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정 전무는 순수하게 격의 없는 성격을 가졌다는게 만난 이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경영 일선에 들어오기 이전, 대학 시절부터 지각과 결석을 한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함을 인정받은 정 전부는 입사 직후 2004년 신입사원 수련회에서도 소위 ‘특권’을 거부할 정도로 배포가 남달랐다. 일반 직원과 같은 조건에서 수련회에 참가, 주변에서는 그를 몰라보기도 했다고 한다.
아직도 사내 식당을 즐겨 찾는데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직원들과 함께 호프집에서 함께 응원할 정도로 소탈하다. 의도적인 스킨십 경영활동이라기 보다는 동 세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직장인 정지이'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출한 것이다. 마라톤 대회, 각종 봉사활동 등 사내 활동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정 전무의 남다른 배포와 성격은 지난 2004년 아버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추모의 글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당시 정 전무는 “ '정추모 카페'에 가끔 들어가긴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현대를 이뤄냈고 이끌어가는 수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 속에서 현대가 이미 개인이 아닌 모든 분들의 기업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아버지 타계 이후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한 어머니를 걱정하는 것과,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부분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현실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이다.
그녀는 또 “아버지는 저에게 가장 커다란 힘이 돼 주시던 분이었다. 굳이 많은 충고나 지침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항상 행동으로써 저에게 인생의 모델이 된 분”이라며 “그 와중에 현대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어머니를 비롯한 현대 임직원 모두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렇듯 정 전무는 이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평소 꿈꾸던 ‘광고 디자이너’가 아닌 가업을 이어받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녀 스스로 선택한 길은 험난하기는 해도 탁월한 능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앞날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기에 그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위에서는 진심어린 걱정을 한다.
지난해 말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사업 참여도 결국은 자진철회 형식으로 신사업 한 가닥을 접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금강산 사업 재계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 전무 입장에서는 그룹 문화와 경영방침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도 대북 사업의 해결이 큰 숙제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이 최근 정 전무의 능력을 다시 시험대로 올리고 있다. 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며 현대그룹의 새로운 신사업에도 그녀의 기지와 당당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전무가 여성 경영인 3세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경영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앞으로 그녀가 담당해야할 책무가 많다는 반증의 관심사다.
정 전무는 지난 2007년 현대유엔아이 전무 승진 이후로 다시 조용하게 경영 수업에 매진 중이다. 정 전무가 향후 현대그룹의 경영일선에서 어떤 모습으로 역할을 수행할 지 그룹 안팎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약력>
1977년 12월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 학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2004년 현대상선 입사
2005년 현대상선 과장
2006년 현대유엔아이 기획실 실장
2006.12 ~ 현재 현대유엔아이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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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