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때마다 동일한 결과 나오기 쉬워
[뉴스핌=노종빈 기자] 금융감독원이 현실에 맞지 않는 국내은행 해외현지화 지표를 운용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감원은 국내은행들의 현지화지표 발표와 관련, 은행담당 주재성 부원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국내은행들의 해외 현지화 성적이 3등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 부원장은 해외영업점의 자산수익성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지화 지표는 4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 금감원, 현실인식 부족 드러내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해외 현지화 지표의 조사 내용이나 특성을 들여다 본다면 지표 자체가 매년 이렇다할 변화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지화 지표 발표에서 국내은행들의 현지고객비율(2등급), 현지직원비율(2등급), 현지예수금비율(2등급), 현지자금운용비율(3등급), 현지차입금비율(3등급), 초국적화지수(5등급) 등 6개 지표를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뉴스핌의 분석결과 국내은행들의 현지화 지표는 지난 2010년 하반기와 2011년 상반기, 하반기 조사에서 사실상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고객비율이나 현지직원비율, 현지예수금 비율은 3차례 모두 2등급으로 평가됐고 현지차입금비율과 초국적화지수 역시 각각 3등급과 5등급으로 3차례 모두 변함이 없었다. 다만 현지자금운용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4등급이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 3등급으로 한단계 높아졌을 뿐이었다.
현지고객비율이나 현지직원비율은 잦은 변동이 있을 리 없다. 따라서 조사때마다 2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 성분이 유사하니 현지예수금비율도 큰 변동을 보이기 어렵다는 평가다.
◆ 국내은행 초국적지수 높이기 어려워
이와 함게 초국적화지수(TNI)의 경우 국내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3.2%로 나타나 5등급을 받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사인 HSBC 65%나 씨티그룹 44%, 미쓰비시UFJ 29%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결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지표는 은행의 총자산, 총이익, 총인원 대비 해외 점포의 자산과 이익, 인원구성비를 각각 비교해 평균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지표에서 국내 은행들이 5등급을 벗어나기는 향후 10년 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자명한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집계하다보니 결국 종합등급은 3차례 모두 3등급을 기록해 매번 조사때마다 동일한 평가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은행들의 해외현지화가 4년째 3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발표될 조사에서도 현지화 지표의 대부분이 같은 등급으로 평가받아 종합등급은 대략 3등급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 결국 내년, 내후년에도 거의 동일한 지표가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국민은행 인수 카자흐 은행, 조사대상에 빠져
이와 함께 현지화 지표의 평가 대상에서도 지표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KB국민은행 등 11개 은행)은 해외 32개국에 131개 현지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지점이 53개, 현지법인 40개, 사무소 38개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이 제시한 이번 조사대상 국내은행 해외점포 현황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인수한 카자흐스탄 5, 6위권 은행인 BCC센터크레딧은행의 경우는 집계에서 빠져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금감원 측에서도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또한 각국의 현지 영업점 특성이 다른 것을 한데 묶어 평가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겉햝기식 평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현지 금융사 영업점과 관광객이나 현지교민을 위주로 영업하는 뉴질랜드 영업점의 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영업점을 모두 같은 분석 툴로 묶고 있어 이렇다할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 금감원 현지화 평가 취지 '정체성 혼란'
금감원은 "이번 평가를 바탕으로 현지화 노력이 미흡한 영업점에 대해서는 본점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 방안을 강구해 이행토록 지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얼마나 설득력있는 조치가 나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해외점포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재부각 될 수 있다"면서 "베트남 중국 등 국내 영업점 진출이 활발한 일부 국가들의 금융 상황 악화시 자산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지화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는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꼭 좋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사의 목표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라면 금감원의 현지화 지표는 이같은 목표에 근접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지화 지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하지만 어차피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라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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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