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급락하자, 주식선물 채권시장도 요동쳐
[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금요일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 직전 글로벌 외환시장은 급격한 엔화 매수-달러 매도 주문이 유입되면서 외환딜러들 사이에 지표가 사전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의심되는 거래는 글로벌 외환거래를 넘어 곧장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파급력을 보였다. 주가지수 선물시장과 미 국채 선물시장도 고용보고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베팅으로 요동쳤다.
세계 시장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특히 컴퓨터화된 자동매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상환은 간단치 않게 흘러갔다. 미국 증시의 '플래시 크래시' 사태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했다는 얘기다.
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동부시각 오전 8시 29분이 지나면서 외환시장에 갑자기 엔 매수-달러 매도 주문이 급격하게 유입되자, 달러/엔 환율이 몇 초 사아에 80.25엔부터 80엔 선까지 급락했고, 그로부터 단 몇 초 후에 주식선물과 채권시장도 같은 예상을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미국 4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단 40초 남겨 둔 사이에 개인 외환거래자들 사이에서 달러/엔은 갑자기 192틱이나 되는 큰 거래 움직임을 보였다. 평소에는 약 24틱 내외 변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변화인 셈이다.
이 때 외환딜링룸에서는 "달러/엔이 급락한다. 뭔가 지표가 사전에 유출되었고, 생각보다 상당히 나쁜 결과인 듯 하다"는 소문이 급격하게 번졌다.
원래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 직전에 딜러들이 큰 포지션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환율 변동 폭도 불과 1~2핍(1pip=거래 가능한 최소 포인트, 달러/엔은 0.01엔이 1핍, 유로/달러는 0.0001달러가 1핍) 정도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움직인 지 불과 몇 초 뒤에 S&P500 지수 선물도 일시 급락했다. 시장데이터 제공업체 Nanex에 따르면 1초 사이에 'E-미니' 선물 4000계약이 매물로 쏟아졌다. 평소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에 거래되는 'E- 미니' 지수선물 거래량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또 장외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순식간에 1.93%에서 1.91% 선까지 하락했다.
금융시장은 컴퓨터화된 외부변화 대응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는데, 엔화의 급격한 강세는 최근 '리스크 오프(risk off, 위험회피)' 신호로 간주되기 때문에 곧장 주식 매도, 채권 매수 주문이 자동으로 유발되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미국 고용보고서가 실제로 나오자 우려는 현실로 확인됐다. 신규일자리 규모는 예상치인 16만 5000개~17만 개 보다 크게 낮은 11만 5000개에 그쳤다. WSJ에 따르면 BNP파리바의 외환담당 이사는 "빙고, 하면서 달러/엔은 돌덩이처럼 가라앉았다. 어떤 딜러는 '누군가 지표 결과를 사전에 알고 있었나보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시간이 흘러가면서 시장에서는 고용보고서 지표 결과가 유출되었을 것이란 관측은 사라졌으며, 미국 노동부 관계자들은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80.20엔 부근에서 79.84엔까지 80엔 선을 뚫고 내리면서 거래를 마감했으며, '리스크 오프' 흐름으로 유로/달러는 0.5% 내린 1.3084달러로 마감해 1.31달러 선이 붕괴됐다. 미국 재무증권 수익률은 1.88%까지 5bp(1bp=0.01%포인트)나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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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