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유로존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주춤하며 하루만에 1170원 밑으로 내려섰다.
지난 주말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대해 확인하면서 급등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G8 정상들은 프랑스의 프랑스와 올랭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형식을 빌어 프랑스와 독일간 의견을 조율하고 그리스와 스페인 등의 사태를 해결하자는 뜻을 모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재정위기로 전이되는 국면에서 국제금융사회의 구심점이 G20로 옮아왔다고 하더라도 G8 정상들의 합의는 시장의 불안을 일부분이나 다독이는 역할을 했다.
미국이 자체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유럽의 자체 해결을 주장하면서 한발 물러나 있던 태도를 다소 수정, 유럽의 위기를 해결하자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데에 상징성이 있는 자리였다.
지난 주말 G8 정상들은 ▲ 글로벌 경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 오는 7월 이란 제재 발효를 앞두고 석유시장의 혼란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특히 그리스의 연정 실패 이후 오는 6월 17일 재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유럽 등 G8 선진국들이 나몰라라 하지 않고 그리스가 유로존 내 잔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피력함에 따라 심리적이나마 공황상태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을 긴급 봉합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유로/달러는 장중 4개월 최저치인 1.2642달러까지 떨어졌지만 G8 효과로 반등에 성공, 전날보다 0.7% 상승한 1.2780달러에 거래됐다. 주간으로는 1.1% 하락했지만 일단 1.26선대 급하락세가 차단되며 나름 의미있는 반등을 이루게 됐다.
유로/달러가 G8 정상회담 등의 기대효과로 1.27선대 후반으로 급반등하자 원/달러 환율도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고, 미국 유럽시장과는 달리 국내 주식시장도 반등하며 1800선에 육박했다.
◆ 원/달러 환율 1170원 하회, But 낙폭 축소, 여전히 5개월 최고 수준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68.90원으로 전거래일보다 3.90원 내린 1168.90원에서 마감했다. 지난 주말인 18일 1172.80으로 5개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루만에 117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80원 낮은 1167.00원으로 갭다운 개장한 이후 장중 1163.40원까지 밀렸으나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결제수요 등으로 장중 한때 1171.30원까지 반등폭을 높였다가 1169원 안팎에서 마감, 5개월 최고치 범위에서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도 1799.13으로 전날보다 16.67포인트, 0.94%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장중 18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면서 매수세가 약화, 1800선은 회복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는 규모는 500억원대로 급격히 줄었으나 열나흘째 이어져 아직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를 보여줬다. 이날 외국인은 577억원을 순매도, 지난 5월 2일 이래 열나흘째 순매도를 이어가며 전체 3조원 이상의 누적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주 국내외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스페인의 구제금융,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정상회의 등 국제협력의 진정 여부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의 잇따른 연정 실패 내부에는 구제금융과 함께 구제금융의 조건인 구조개혁과 긴축에 대한 반발이 내재돼 있고 이것이 유로존 탈퇴라는 카드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유럽 및 글로벌 차원의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조율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또 아직 프랑스의 올랭도 정권의 정책기조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유로존 사태에 대응하는 프랑스 독일 등의 정치적 리더십간 새로운 수정안도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리스 사태의 해결에 좀더 긴밀한 협조가 요구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G8 정상회의 이후 다시 오는 23일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EU 비공식 정상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성장협약을 수정 또는 조율하면서 입장을 다지고 그리스 사태에 대한 해법이 논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걱정이 완전히 거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재정협약 안에 성장협약과 은행 지원방안을 넣고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한다고 해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의 전제조건인 구제금융 자체를 재협상하는 데까지 나갈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 국내외 금융시장 그리스발 불안 여전, 상승 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급격히 몰아쳤던 불안감에서는 다소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리스 사태가 언제 어떻게 파괴력을 발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낙관론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유로/달러의 경우 단기 급반등하며 1.2780선대에서 호가되고 있지만 하락 압력이 여전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유로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국내 원/달러 환율이나 아시아 통화 역시 유로의 움직임에 깊이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적으로는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아직까지 순매도 기조를 탈피하지 않고 있다는 점, 외환시장에서는 역외 매수가 지속되면서 결제수요가 하락을 기대하기보다는 하락시 매수하면서 낙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5월 3월 이후 고작 사흘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서 하락을 하더라도 하락폭이 고작 2.90~3.90원에 그치고 있다. 유로 약세와 달러 강세, 그에 따은 원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이날 원/달러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전날보다 3.90원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장중 1163.40원까지 하락하면서 5일선을 일시 하회하기도 했으나 다시 낙폭을 줄이며 5일선이 있는 1164.90원이 회복하며 마쳤다.
또 지난 주말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선물환율이 하락하자 외환당국이 나서서 일부 달러 매도개입을 통해 달러 상승 기세를 꺾어 놓으려는 시도를 보이면서 낙폭이 커지긴 했지만, 시장 자체적으로는 여전히 낙폭을 줄일 만큼 환율 상승, 달러 매수세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그리스의 사태 해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글로벌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순매도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작용하고 있지만 달러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경제성장률도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터라 달러 상승 우위론이 지배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주말 G8 정상회의 등으로 유로가 반등했고 원/달러 선물환율도 내리면서 누적포지션 처분과 더불어 당국의 개입까지 들어오면서 낙폭이 제법 커졌다”며 “그렇지만 결제수요가 지속되고 외국인 순매도 등 역외 매수도 유입되면서 낙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장은 상승시 갭업 이후 유로 동향에 따른 공방이 빚어지고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를 신경쓰는 양상”이라며 “단기 급등에 따라 일부 갭다운하기는 했으나 유로존 불안심리가 지속되면서 매수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한 딜러는 “국제금융사회가 다시 유로존 위기 해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리스 유로존 탈퇴 등을 두고 뚜렷한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인 불만 표출로 끝이 날지 유로존 전체의 정책기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8에서도 성장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한다고 했다는 점에서 향후 그리스 문제 해결과 더불어 유럽 전체의 안정화 방안이 상호 새로운 합의 채널을 구축하면서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국내 시장 역시 성장률 하락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당국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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