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고대 민주정 역사에서 가장 이름 난 정치인은 아테네의 페리클레스(BC 495 ? ~ BC 429)다. 참주정치를 무너뜨리고 드디어 민주정을 쟁취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태양의 시대'로 불리는 그의 집권기는 민주정치가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귀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페리클레스가 정작 민주주의의 '약점'을 가장 잘 이용한 독재자였다는 점은 흥미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페리클레스는 아테테에서도 손 꼽히는 귀족 출신이자 당대 최고의 엘리트이면서도 평민이 주류인 민주주의파의 수장이 됐다.
그는 정적 키몬 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도편추방법을 활용했으며, 이후 30여년간을 장기 집권하는 역사를 썼다. 독재라는 단어만 봐도 몸서리를 치는 아테네 민주주의파들의 속성을 감안하면 그의 집권은 민주주의 아이러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대인들도 '민주주의을 탈을 쓴 사실상 1인 독재정치'라고 했던 페리클레스의 집권기는 그의 탁월한 '민주주의 역량'때문에 가능했다. 페리클레스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빵과 서커스'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으며, 키몬 이후 그의 집권에 방해되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도편 추방을 적극활용했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도편 추방에 발을 잡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사후 열리게 되는 중우(衆愚)정치시대도 결국 페리클레스의 교묘한 민주주의가 준 피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단연 선거다. 페리클레스가 열었던 고대 그리스나 민회에서 집정관을 비롯해 모든 국가요직을 선출한 공화정 로마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 고대부터 선거는 '쇼'의 연속이었고, 보여주기를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데 역점을 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유권자가 선거 출마자 또는 예비출마자를 대상으로 하는 '쇼'다. 즉 '우리가 가진 표가 이만큼 있으니 우리에게 뭔가를 보여달라'는 게 이들이 하는 쇼다.
대선이 불과 5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이익단체의 움직임도 가빠지고 있다. 한표에 목매어하는 후보들의 안타까움을 자극해 자신들의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게 이들의 속셈이다.
현재 과천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각 이익단체가 저마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지고보면 다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것일 뿐, 국익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주장을 피력하고 싶은 것은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권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뒷처리를 해야하는 조직은 임기가 사실상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행정부다. 과천관가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20일에는 택시가 전면 수송거부에 들어갔다. 서울서만 약 88%의 택시가 운행을 멈춘 이 사건은 비록 하루 만의 일이었다고는 하나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임박하면서 본격적인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5일에는 화물연대가 4년만에 집단 운송거부에 들어갔다. 2003년과 2008년 각각 열흘과 2주일의 운송거부를 했던 경험이 있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수출입국'인 우리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손실을 줄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사실 2008년 때보다 명분은 약하다. 당시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사항은 대부분 수용이 됐고 하나 남은 표준운임제는 법리상 문제로 인해 마찰이 되고 있을 뿐 중단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대해 엄정한 법조치를 선언하면서도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7일부터는 건설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다. 건설노조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과 건설현장 내 임금체불 근절, 4대보험과 퇴직금 전면적용 등을 내세우며 이날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문제는 이는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당장은 국토해양부가 주무부처인 화물연대, 건설노조의 조업중단이 있지만 각 산별 노조, 직능단체, 이익단체의 '실력행사'가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앞으로 6개월간 정부는 '이익단체 고충처리위원회'가 될 판국에 놓였다.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당연히 따를 수 밖에 없는 행정력 낭비라 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시작될 국민 불편은 어떻게 할까. 지하의 페리클레스는 현대의 민주국가들이 대선 때 마다 겪는 이 몸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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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