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안정' 역할 확대 원해…분위기 조성
[뉴스핌=김선엽 기자] "통화량 증가가 부채 증가로 직결됨을 감안해 통화량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19일 기획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
"총유동성 관리,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거시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고 정부부처 및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다."(2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관계당국이 한국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한은에 정책협조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일이 이례적인데다, 통화량이나 유동성 등 통화정책까지 언급해 한은은 불쾌해야 하지만 정작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 정부, 통화량 언급하며 한은에 가계부채 해결 요청
재정부 차관이 금리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배석권을 갖고 있어, 자칫 발언이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차관의 발언은 재정부가 한은 쪽에 "금리정상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부터 "통화량을 금리결정의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은으로서는 발끈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정책목표를 통화량 중심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다시 통화량을 인플레이션 관리의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전례도 없거니와 실현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재정부 담당자는 "(신 차관이) 정책 변경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며 통화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 김 위원장 발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장이 한은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한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외형상으로는 협조요청이지만 금융위가 한은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총유동성 관리, 즉 '금리정상화(금리인상)'를 밀고 나가지 못해 가계부채가 심각해졌다는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당연히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한은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관련해 한은에는 금리결정 이외에 뚜렷한 정책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대선일정을 앞두고 골치 아픈 가계부채의 늪으로 재정부와 금융위가 한은을 끌어들인 것 아닌가라는 의심도 일고 있다.
◆ 책임전가 불구 내심 반가운 한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한은에서는 내심 반가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중수 총재가 한은의 금융안정 역할을 확대하길 원했는데, 때마침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 부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며 시중 7개 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발언 이전에 한은과 금융위 사이에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사전조율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라면서도 "다만 부총재가 금융위원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니 얘기가 나왔을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과정이 어찌됐든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조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그 추이가 주목된다.
하지만 한은 김 총재는 여러 차례 "가계부채 문제는 하루아침에 풀릴 문제 아니다"라며 “미시정책과 거시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거듭 지적해 왔다. 가계부채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을 맞아 속이 타는 금융위의 요청에 한은이 어떤 식으로 보조를 맞춰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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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