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해법, ECB가 나서야
[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가치와 동등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럽은 계속 사회 복지 지출을 줄이고 고용시장을 개혁해야할 뿐 아니라, 방대한 규모의 경기부양 노력 또한 경주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그리스 총선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안도감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14일자 미국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 Online) 최신호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유럽 경제의 경쟁력 회복은 오로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질 때 살아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2008년 고점인 1.60달러에서 1.22달러 선까지 하락했지만 美달러와 동급(parity)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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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런스온라인에서 인용 |
이들은 최근 위기 해결 조짐 속에 미국 보잉(Boeing)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컨소시움 업체인 유럽 에어버스(Airbus)사가 미국 현지에 처음으로 공장을 설립했다는 소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찬가지로 에어버스도 살아날 길은 유럽을 떠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배런스는 독일 유력지 슈피겔(Der Spiegel)지가 최근 유로화를 해체하지 않는 비용이 결코 덜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슈피겔은 "유럽 전역이 깊은 경기침체로 빠져들게 되면 정부는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게 되고, 결국 세금을 훨씬 더 많이 걷든지 아니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시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기든지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절박한 상황인식이 최근 EU 정상들의 이례적으로 빠른, 그러나 아직은 모호한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 낸 셈이다. 그런데 임시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영구기금인 유럽안정기구(ESM)이 직접 부실 은행들을 지원하게 한 것도 큰 진전이기는 하지만, 결국 무한대로 유로화를 찍어내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곳은 유럽중앙은행(ECB) 밖에 없다.
배런스는 ECB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려면 다시 한번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난리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그 해결책을 도입할 때가 되면 이미 추락한 유럽 주가가 더욱 저렴해져서 '1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 저가매수 기회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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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런스에서 인용 |
한편, 이번 기사를 통해 배런스는 유럽에서는 화폐를 찍어내는 것이 위험한 발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긴축정책과 구조개혁을 해법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이미 20년간 장기 침체를 경험한 앞선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이란 노무라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노무라연구소의 리처드 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슈뢰더 정부에서 시작된 노동시장 및 건강보험 개혁보다도 2000년 첨단기술 거품 붕괴에 따라 ECB가 실시한 각종 위기 억제 노력이나 부양 시도가 독일 경제에 더 혜택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유럽이 지금 필요한 정책은 ECB가 더 화폐를 찍어내서 시중금리를 낮추고 유로화를 미 달러화 가치 수준으로 평가절하해서 스페인와 이탈리아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구조적이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중앙은행의 과도한 화폐 남발이 가져올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재정지출 축소와 개혁으로 위기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뱅크크레디트애널리스트(BCA)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그리스가 독일처럼 경쟁력을 가지려면 약 30년 정도의 부채 디플레이션과 고공실업률 상황이 더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갭을 빨라 줄이려면 독일의 인플레율이 주변국에 비해 더 높은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데, 아마도 유로존의 붕괴에 비해서는 그런 상황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CA 등은 ECB의 추가 완화정책을 통해 독일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주변 위기국가는 생산활동이 강화될 수 있고 또한 중심국과 주변국의 격차를 해소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ECB는 증권시장프로그램(SMP)를 통해 그랬던 것처럼 ESM 등을 통해서도 대규모 채무국의 국채를 일부 매입하는 식으로 조달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시장은 EFSF나 ESM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ECB가 나서야 시중금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식으로 ECB가 개입할 때 드는 비용은 당장은 추산하기 힘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약 1조 달러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추산했다가 추가로 6000억 달러 규모의 제2차 양적완화정책과 4000억 달러 정도의 오퍼레이션트위스트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앞으로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인 위기 해결책과 관련해 CLSA의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우드는 "아마도 ESM이라는 창구를 통한 ECB의 부채의 화폐화가 가장 희망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들은 "아마도 주가가 더 폭락해야"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앞서 BCA는 이 같은 해결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유로존 통합 국채 발행을 통한 위험의 상호화, 유럽 금융시스템의 미국화, ESM의 은행화를 통한 채권발행과 ECB의 무제한 매입 등으로 위기는 결국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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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