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는가 싶더니 다시 악화일로에 있는 가운데, 무능한 지도부나 정책 당국보다는 금융시장 쪽에서 이미 위기 해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로 유로화 가치 하락에 그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력 경제학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교수는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오피니언란을 통해 "지난 유로존 정상회담은 희망에 찬 성명서를 남겼지만 실체가 없었던 반면, 금융시장은 이미 구체적인 해결책 실행에 들어갔다"면서, "바로 유로화의 평가절하가 유로존 생존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젠 정책당국자들이나 금융시장 간부들 사이에서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페인 재정적자 감축 전망에 진척이 없고 지방정부 구제요청으로 국채금리가 7% 위로 치솟고, 그리스는 '트로이카(EC, ECB, IMF)'의 실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빠르면 올해 가을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인 데다 독일도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주변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손실위험에 크게 노출됨에 따라 재정 상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는 지난 1년 동안 미국 달러화 대비로 1.44달러 선에서 1.21달러까지 15% 평가절하되었는데, 만약 추가로 15% 정도 평가절하되어 달러화와 1대 1 교환 수준까지 가더라도 역사적 저점인 84센트보다 20%나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유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유로존이 붕괴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굳이 유럽중앙은행(ECB)가 나서서 완화정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유로화 가치는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직후 불과 1년 만에 유로화 가치가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나 6개월 만에 영국 파운드화가 25% 평가절하된 경험을 환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유로존 수출제품의 가격이 하락하고 수입비용은 올라가 주변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게 되고, 독일 순수출이 증가하고 임금과 물가가 올라가며 유로존 내 무역불균형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변국 순수출이 늘면 국내총생산(GDP)도 강화되어 세율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로 인해 유발된 경기침체도 이기는 것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정부도 재정건전화를 추구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면서 "경제가 침체에서 성장으로 전환되면 기업 실적과 고용이 늘어나며 은행에 타격이 된 부실대출이 줄고 모기지 연체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이전에는 내가 유로화 가치 하락을 얘기하면 유로존 당국자들이 '유로회의론자'라며 무시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들이 유로화 평가절하가 필수적이라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 순수출이 증가하면 미국 수출에는 부정적이지만, 미국의 대유로 교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미국 정책당국이 유로화 약세를 방지하기 위해 굳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펠드스타인 교수는 "20년 전에 주장한 것처럼, 서로 이질적인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도입한 것은 실수였다고 본다"면서 "비록 유로존의 출범이 경제적인 실수라고 해도 이를 해체하는 것은 정부와 투자자 그리고 시민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이 생존하더라도 앞으로 단일통화에 고유한 문제점이 계속 노정될 것이며, 또한 이번 채무 위기 경험에 따라 앞으로는 과도한 국가 채무나 개인 채무가 억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로존 주변국가들은 노동생산성이나 단위고용비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개혁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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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