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하게 열려있으므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합니다. 캐피탈 게인(capital gain 자본이득)에 과세하지 않으면서 거래세를 물리겠다는 것은 외국과 다르게 가는 겁니다."
한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면 자본이득세를 만들어야지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CEO만이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과 시장 참여자들이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거래세를 부과하면 거래비용이 늘어나 파생상품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 파생과 현물을 연계하는 차익거래 기회가 줄면서 현물 주식시장도 악영향을 받고, 기대했던 세수 확보도 실패하게 된다. 시장은 시장대로 망가지고 세수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책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코스피200 옵션에 대해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올들어 옵션 승수를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올렸다. 이는 곧 거래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1999년 이후 세계 파생상품 1위였던 한국거래소는 올들어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자리를 넘겨줬다. 규제에 민감한 시장이 보여준 반작용이다.
한국거래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거래세 부과시 선물시장은 49~74%, 옵션시장은 51~80%로 줄어들 것이라며 세수는 790억~3768억원으로 지난해 증권거래세수 6조8000억원의 1.2~5.6%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생상품 거래세는 대만 일본 등에서 이미 시행했다 실패로 판명난 정책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생상품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대만이 지난 1998년 거래세를 부과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빠져나갔다. 0.05%에서 0.004%까지 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했지만 한번 떠난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본도 1987년 파생상품거래세를 도입했다 세수 확보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자 1999년 폐지했다.
또 파생상품 거래세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모든 거래 주체에 이익이나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 자체에 과세하면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이익을 본 투자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도 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목욕물 버리다 아이까지 버리지 마라(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water). 동서양의 지혜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사소한 이익을 취하려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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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