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관계자들 한결같이 손사래, 왜?
[뉴스핌=이강혁 기자]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는 증권시장과 산업계가 주목하는 세레머니가 벌어졌다. 경기도 평택시의 고덕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용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후 경기도는 삼성전자가 이곳에 10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용지대금은 1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이날도, 그리고 하루가 지난 1일 현재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이 주는 강력한 임팩트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식자료는 고사하고 투자계획에 대한 기업공시도 하지 않고 있다.
100조원 규모의 투자라면 경기도 측의 설명처럼 '건국이후 단일기업 최대 투자' 소식인데 말이다.
더구나 주체가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이라면 그야말로 세계의 이목을 끌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묘하다. 삼성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100조원 투자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그나마 대외창구의 공식 입장이다. 오히려 100조원 투자 얘기에 불편한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25조원이다. 지난해 투자규모가 22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3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산업단지 조성이 2015년에 마무리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5년간 매년 20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인지, 10조원씩 10년간 투자를 한다는 얘기인지 감이 안잡힌다.
삼성전자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불편한 이유가 일부분 짐작되는 부분이다.
물론 사정을 이해 못할 것만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경기도에 사업장이 몇 개인데, 경기도 측 발표에 대해 부정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경기도 측이 발표한 100조원 투자는 다분히 과장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경기도 역시 김문수 도지사가 참석해 세레머니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100조원 투자가 어떻게 집행되게 될지 선뜻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담 중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투자액이 100조원 가량이 될 거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도체의 경우 라인 하나에 투자금액이 15조~20조원이 되는데 5개 라인만 되더라도 100조원은 되지 않겠냐는 다른 관계자의 답변도 있었다.
공식적인 언급도, 계획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는 점은 삼성전자나 경기도나 둘다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 결국 구체적인 윤곽도 없는 100조원 이상 투자의 비밀은 '실체가 없는' 허구의 비밀로 비춰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특히 달갑지 않다. 자짓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너무 먼 미래를 당장의 현실처럼 느끼는 시장의 투자자에게는 혼선이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평택 100조 투자'가 한 테마로 묶이면서 몇몇 기업들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현재 각 미디어를 비롯해 시장 정보라인에서는 대부분 경기도 측의 '삼성전자 100조원 투자'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검증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기업의 투자와 경영계획은 시장 신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100조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 92조원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이만한 금액의 투자처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산업단지 조성 이면에 또다른 뒷얘기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그 속내가 궁금해지는 때다.
하나더 덧붙이자면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삼성전자의 '100조원 투자' 보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조차 하지 않은 것도 야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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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