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경쟁이 격화되면서 불똥이 증권업계까지 튀고 있다.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주 관련 정보를 담당 애널리스트에게도 알리지 않거나, 반대로 경쟁사를 통해 역정보를 흘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입찰에 국내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5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제다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컨소시엄,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연간 수주 목표에 근접해 여유가 있지만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수주라는 분석이다.
20억 달러 규모인 모로코 사피 IPP(민자발전소)에는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경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야한다.
10월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태국 IRPC 정유 프로젝트(10억 달러 규모)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SK건설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
최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통해 A 건설사가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주가에 긍정적인 뉴스이므로 고마워할 사항이지만 해당 건설사는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해당 건설사측은 "확정되지 않았는데 리포트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계약 정보의 사전 유출은 해지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관련 정보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경쟁사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 사업을 가로채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프로젝트에 최저가 투찰업체(Lowest Bidder)로 H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들은 수주를 확신하고 홍보팀에서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만들었고, 이는 일부 언론에 기사화됐다. 하지만 발주처가 막판에 이 컨소시엄을 제치고 2위였던 S사와 계약조건을 협의한 후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S사가 언론 기사를 트집잡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증권사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주 관련 정보는 영업파트에서 많이 알고 있지만 애널리스트에게 잘 얘기하지 않는다"며 "IR이나 주식담당자들도 수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듣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좋지 않고 전망도 밝지 않으니 수주 물량이 줄고, 업체들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올 6월 중순 이전에 국내 건설사들이 유로화 하락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은 스페인 업체들의 저가 수주에 많이 밀렸다"며 "경험과 실력을 갖춘 국내사들은 저가 수주 경쟁보다 수익성을 감안한 선별 수주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3개 건설사 중 14개사가 올 상반기에 순손실을 기록했고, 해외수주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대형 건설사 실적도 악화됐다. 이는 작년, 재작년에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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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