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타 당국의 공조 기대하며 '시간 벌기'
[뉴스핌=우동환 기자] 추가 양적완화(QE3)를 발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에 대해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정책적으로 연옥상태(purgatory)에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13일 핌코의 엘 에리언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연준은 예상만큼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위험 요인의 확산으로 실험적인 정책 기조를 거둬들일 수도 없는 딜레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 에리언은 이 같은 딜레마를 이해하려면 연준이 내놓은 추가 조치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연준의 이전 정책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다시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것은 3가지 이유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연준이 그동안 강조한 대로 미국의 경제 여건이 실제로 우려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연설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고용시장의 침체 역시 크게 걱정되는 부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버냉키 의장의 우려는 지난주 발표된 8월 고용보고서에서 한 층 더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간 실업수당청구건수마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가 늘면서 빈부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연준이 경제적 도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독립체라는 시각이 위기에 대응하는 연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도 이번 정책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연준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 역시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위기와 재정절벽, 중동 위기 등 '꼬리 위험(tail risk)'에 대해 추가로 보험성격의 정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꼬리 위험' 중 하나라도 실현된다면 미국은 확실히 다시 한번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엘 에리언은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미국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들 때문에 잘 조율된 정책 수단만으로는 경제를 호전 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는 연준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엘 에리언은 연준이 QE3 결정에도 초과지준부리 인하 제안을 거부한 것과 자산 가격 부양을 위해 정책 목표와 시기 등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이런 상반된 견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엘 에리언은 "연준의 입장에서는 다른 정부 기관들이 정책 공조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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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