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줄이고, 현금·대외자산 으로
[뉴스핌=문형민 기자] 버블 붕괴 후 일본의 투자자들은 부동산과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현금(예금 포함)과 대외자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국내 자산 중에는 안전한 정부 발행 채권이 핵심이었다.
◆ 금리 0%대로 떨어져도 예금 증가...디플레이션이 비밀
일본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가계 자산에서 주요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년 버블 붕괴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났다. 50%를 넘었던 토지의 비중은 2010년 30%로 축소됐다. 반면 현금과 예금 비중은 20%에서 33.4%로, 보험과 연금 비중도 10% 미만에서 16.3%로 각각 늘었다. 주식과 기타 투자자산의 비중은 8~10% 내외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현금과 예금 비중의 증가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기예금 잔액은 1992년말 2020조 엔에서 1999년 1월 3010조 엔으로 50% 급증했다. 이 기간 가중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2.67%에서 0.20%까지 주저앉았음에도 나타난 결과다.
김학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버블 붕괴 과정에서 경험한 위험자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저축형 상품 선호로 이어졌다”며 “또한 디플레이션 환경에 적응해 낮은 금리에서도 예금 증가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이자가 붙지 않아도 예금자들은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보전할 수 있다. 이에 일본 가계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예금에 자금을 맡겼던 것.
◆ 예금으로 몰려든 자금, 채권으로 운용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자금을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채권에 투자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80년대 초반 13%에 달했으나 90년대 중반 1%대로 내려오는 등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에는 0%대로 진입했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자 정부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전체 자산 중 채권 비중은 1980년대 11%에서 2010년 31%로 늘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본의 실질금리는 플러스(+)이므로 0%대 초저금리지만 채권투자 메리트가 유지됐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들의 대출 비중은 60%에서 27%로 줄었다.
보험사들도 90년대 초반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에 채권 비중을 늘렸다. 90년대 중반 이후 역마진 구조가 심해져 90년대 후반~2000년까지 7개사가 도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대안은 채권밖에 없었다. 보험사들은 국채, 회사채, 해외투자 비중을 늘렸다.
수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져 저축형 상품에 대한 선호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았다. 이런 투자자들이 눈을 돌린 곳은 해외다. 특히 해외 채권.
2000년 이후 일본인의 해외채권 투자금액은 14.9조 엔으로 전체 해외채권 투자의 82%에 달했다. 초저금리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호주 뉴질랜드로부터 브라질에 이어 터키, 러시아 등으로 투자지역도 확산됐다. 반면 해외주식 투자는 3.2조 엔으로 크지 않았다.
◆ 위험자산 선호는 금리보다 경기에 민감
일본 정부는 90년대 후반 ‘일본판 금융 빅뱅’으로 불리는 금융 규제 완화를 실시하며, 투자형 상품 확산을 꾀했다. 1998년 증권회사들이 개인에게 회사채 직접 판매와 종합증권계좌(CMA), 보험 상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2000년대 들어 은행과 우체국 등에 투자신탁상품과 보험상품 판매가 허용됐다. 2003년 3월 개인용 국채 발행도 시행돼 2010년말 현재 전체 국채 발행 잔고 중 개인 보유 비중이 5.9%에 달할 수준으로 확대됐다.
버블 붕괴 후 주식형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다 90년대 후반들어 유입으로 돌아섰다. 2005~2007년에 35.1조 엔이 들어왔다. 2000년대 전체 주식형 펀드 유입 자금의 절반이 이때에 집중됐다.
특이한 점은 이 시기에 정기예금 금리가 올랐다는 것. 정기예금 금리가 0%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한 1999~2004년에는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다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니 오히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왔다.
2005~2007년은 버블 붕괴 후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가장 컸던 시기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이머징 국가의 고성장으로 일본의 수출이 늘었고, 내부적으로도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금리의 절대 수준 보다는 경기의 반전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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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