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계속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격차에다 환율 전쟁에 따른 환 차익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 속에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머니 무브'의 첨단에 있는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註>
[뉴스핌=우동환 기자]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럽의 채무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신흥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굵직한 악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자금은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하는 방향을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이미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선진국보다는 과감하게 신흥시장의 회사채로 진출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 글로벌 자금 주식에서 채권으로
지난 2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한 주간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18억 70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에는 66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주식형 펀드와는 대조를 보였다.
특히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14주 연속 자금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연초 이후 28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부진한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미국 재정절벽 문제 등 앞으로 다가올 주요 이벤트에 대한 경계심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는 매니저들이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펀드매니저들은 현 제로수준의 금리에서도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월가의 일부 매니저들은 운용 수수료를 수년째 반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상장 펀드 중 일부를 주당 순자산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자구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신흥시장의 현지통화표시 채권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 '현지통화표시' 채권의 부상
영국 경제지인 씨티 AM은 최근 기사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다각적이고 상대적으로 강한 수익성을 위해 현지통화표시 채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빈약한 유동성과 투명성 등의 이유로 지난 1990년대까지 신흥시장에서는 대부분 주로 달러표시 채권이 발행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신흥시장은 개선된 통화 및 재정정책을 운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디폴트와 인플레, 자국통화의 급격한 절하 가능성이 비교적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지난 1996년까지 신흥시장의 70%는 달러 페그제도를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변동환율제도의 시행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충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라는 분석이다.
또한 신흥 채권 시장과 선진국 시장과의 동조화 현상의 퇴조로 전략적 다변화가 진행되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신흥시장 채권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762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로 확인됐다.
또한 총 신흥 채권 시장 규모 역시 7513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신흥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지난해에 비해 1%포인트 상승하며 지금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 아프리카 국채 시장 활황
아프리카는 국채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아프리카 관련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5억 3000만 달러로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9월 잠비아 정부가 발행했던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글로벌 채권에는 목표 금액의 15배를 웃도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나이지리아 역시 3000만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으며 투자 수요는 목표 금액의 두 배를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높은 수익률이 글로벌 국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아프리카 개별 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과는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