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자 없는데다 염산 누출까지 겹쳐
[뉴스핌=이강혁 기자] 웅진폴리실리콘 채권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쉽사리 매수자를 찾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상태인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염산 누출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채권기관들은 대출 담보로 잡혀 있는 상주공장의 설비와 부지 등을 경매 처분해 여신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빠른 시간 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와 웅진 채권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태양광 사업 부진으로 이미 생산된 제고물량 소화도 버거운 상황이다.
웅진그룹은 사실상 이 시기 이전부터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작업을 추진해 왔다. 채권기관들의 차입금 상환 압박이 거세진데다 태양광 업황부진으로 수익은 날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웅진의 구상은 웅진홀딩스가 보유한 웅진폴리실리콘 지분 50.38%와 상주공장, 설비 등을 묶어서 7000억원 가량에 매각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차입금 상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최대업체인 OCI까지 제품생산을 줄여야 하는 극심한 업황부진이 이어지면서 선뜻 웅진폴리실리콘을 인수하겠다는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연이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부도사태가 터지면서 웅진 주도의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작업은 더이상 진척을 보지 못지 못했다. 웅진폴리실리콘 역시 웅진홀딩스와 함께 부도를 선언한 상태다. 현재 웅진폴리실리콘은 금융권 여신 등으로 5563억원 규모(2011년 말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웅진 관계자는 "법원이 어떻게 결정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도 어렵다"면서 "상주공장 매각이 사실상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이라고 봐야 하지만 홀딩스 보유의 지분 매각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웅진홀딩스에 이어 2대주주인 미래에셋파트너스PEF(34.05%) 측도 "내부적으로 투자금 회수 등에 대해 계획은 있지만 일단은 채권기관들이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나타냈다.
웅진폴리실리콘에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2800억원을 대출해준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담보로 설정된 공장 부지 등의 매각을 위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법정관리에 따라 홀딩스 지분과 묶어 매각작업을 하기가 어려워졌으니 경매로라도 여신 회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디론 대출은 만기 5년(금리 6.05%)이지만 웅진폴리실리콘이 지난해 공장가동 중지 직전 대출 약정사항인 부채상환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채권기관들은 즉시 대출금 상환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법원에 상주공장 경매를 신청하려고 추진 중"이라면서 "아직까지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법원의 경매 절차에 따라 가치산정 등이 이뤄지면 곧바로 경매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양광 업황부진과 경기침체, 여기에 최근 발생한 염산 누출 사고로 인해 공장 경매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으로 우리은행 내부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는 "법원 경매라는 공식절차를 통해서 공장 매각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적어도 1년은 걸릴 문제"라면서 "더구나 요즘 같아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원의 절차 등으로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경매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충당금을 쌓아놓은 범위 이상은 올해 말까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웅진폴리실리콘 채권단은 이번 염산 누출 사고와 관련, "2차 피해가 중요한데 다행스럽게 이번 사고는 아직까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보험을 들어놓은 상태라서 보험사(삼성화재)와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