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 성장모형, 전례없이 한계점 도달
[뉴스핌=김사헌 기자] 중국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전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이 쓴소리를 했다.
예일대 경영대의 잭슨연구소 시니어펠로우 겸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29일자 칼럼 "China’s Last Soft Landing?"을 통해 중국 경제가 최근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아마도 이번 성공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바오 총리가 6년 전에 진단한 "불안정하고 불균형상태에 빠졌으며 파편화된, 결국 지속불가능한(unstable, unbalanced, uncoordinated, and ultimately unsustainable)"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7.9%로 높아지면서 9분기 연속 경기둔화 추세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아직 불안감은 남아 있다. 분기 성장률이 2.0%에 그치면서 3분기의 2.4%보다 완만했다.
로치는 중국 경제가 최근 4년 이내에 외부 위기를 극복하고 두 번째 연착륙에 성공했다면서, 이를 두고 최근에 내수 경제가 어떻다는 말들이 많지만 중국은 여전히 수출과 외수 의존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는 앞서 유로존과 미국 경제의 침체가 이끌어낸 것이라는 점 외에 중국 경제의 강점과 약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어려운 외부여건 악화를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53%에 이르는 대규모 저축과 3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방대한 외환보유액에 있다. 게다가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은 아직 재정과 통화의 전통적인 정책수단의 여력을 남기고 있다. 더구나 강력한 도시화에 따라 고도의 투자주도 경제가 유지되고, 열악한 농촌 노동자들도 도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찾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잦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완충 여력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 위기 이후 발생한 부실채권으로 금융부문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 데다, 도시로 이동한 근로자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부패 스캔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서 우려를 낳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이번과 같은 경기 연착륙 성공은 마지막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로치는 주장했다.
로치는 따라서 중국의 경기 연착륙 성공은 마지막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6년 전 중국 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원자바오의 진단이 갈수록 의미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성장 모형이 전례없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란 얘기다.
그는 다음 번 외부 충격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기우뚱한다면 회복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회복 자체를 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면서, 경제가 좀더 소비 중심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필요한 변화는 길고 복잡한 균형찾기와 개혁을 통해 가능하지만 또한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기도 하다.
로치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나는 중국에 대해 늘 낙관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면서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다, 빨리 실행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