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선 두산중공업의 주가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두산건설 지원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어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자금수혈을 받은 두산건설은 향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지분 72.7%를 보유 중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장 마감후 공시를 통해 305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5716억원 규모 HRSG(배열회수보일러)부문 사업을 양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과 기타주주 등으로부터 총 1조216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게된다. 여기에 1500억원 규모 논현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자금지원은 두산건설 자체적인 사옥 매각부터 추진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다른 대규모 지원이다.
아파트브랜드 '위브'를 보유한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침체 이후 주상복합 사업장 미분양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상환부담액이 회사채 6300억원, 은행차입금 5400억원을 비롯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등 총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지원과 차입금 만기 연장을 통해 올해 필요한 유동성 확보는 일단락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HRSG사업이 두산건설로 넘어오면 두산건설 입장에서는 향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HRSG사업부를 통해 국내 주택수주 대신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자금지원으로 두산건설은 전날 9%대 상승에 이어 장초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단, 두산건설은 2014년 이후 기 준공된 일산제니스 사업장의 현금유입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이번 자금 지원으로 자회사 리스크는 해소했지만 현금유동성이 2조3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날 증권사들은 두산중공업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과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동양증권 등은 모두 두산중공업의 목표가를 7~14% 까지 내렸다. 다만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약 3000억원 매출 규모의 우량사업부를 양도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올해 예상매출액 대비 3.2%에 불과하다"며 "두산건설 지원 이슈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은 최근 주가하락에 일정 정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5조8271억원으로 전년대비 42% 감소했다. 수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확신할 수 없는 두산건설에 계속되는 지원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두산중공업은 이번 출자로 두산건설 지분율이 87.7%로 크게 올라선다"며 "주택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시장 PBR 이 0.6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없는 비즈니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10조500억원으로 전년비 72.5% 증가를 예상했다"며 "향후 주가는 수주액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