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반도체 D램 가격이 상승하면 SK하이닉스와 함께 대한항공 주가도 오르던 법칙이 이제 옛말이 됐다. 주가 동거가 파경을 맞은 셈이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만해도 D램 수요 증가 → D램 가격 상승 →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 대한항공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 반도체 수출시 주로 대한항공을 이용하므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패턴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거꾸로 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올들어 9% 가량 내렸다.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5.6%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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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 SK하이닉스와 대한항공 주가 추이 |
SK하이닉스 주가 강세의 원동력은 PC, 모바일 D램 가격이 상승,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대한항공 주가는 같은 조건을 갖췄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대한항공 화물운송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가 주로 쓰이는 곳이 PC에서 모바일기기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2~3개씩 들어가던 부품이 1개로 줄었다. 이에 대한항공 화물운송량은 오히려 줄었다. 화물 운송요금은 중량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화물관련 매출이 전체의 23%에 달하기 때문에 화물 운송관련 현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기존 PC에서 모바일로 반도체 주 수요처가 재편돼 비행기를 이용하는 출고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대한항공의 현재 화물관련 영업이익은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공항 국제 화물운송은 일평균 6712톤으로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공장 증설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급격한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2010년에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물량 증가로 대한항공은 수혜를 입었다. 그렇지만 이제 해외공장 생산분이 급증, 국내에서 출발하는 화물량 자체가 감소했다.
심원섭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하반기 두바이유가 50% 이상 인상되는 등 유가가 크게 오른것과 비교했을 때 화물 수요가 적다보니 운임을 올릴 수도 없었다"며 "D램 등 비교적 가벼운 반도체 부품들은 여전히 항공을 이용하지만 디스플레이 등은 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반도체는 고가이긴 하지만 중량이 크지 않고 비중도 높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물동량으로 반도체와 항공주가는 연결성이 낮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