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오션 인수, 조선해양 유동성지원 고민
[뉴스핌=이영기 기자]KDB산업은행이 STX그룹 현안에 짖눌리는 모습이다.
정권초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막 시행하는 시점에 STX팬오션 인수와 STX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등 현안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은 사모펀드(PE)가 인수검토를 하는 STX팬오션의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도 있어 먼저 구조조정한 이후에 인수하는 방안이 새로운 시나리오로 떠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의 한 관계자는 "원래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검토하는 IB업계의 특성상 그런 말이 나도는 것 같다"면서 "원칙대로 수익성을 기반으로 인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은 시기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STX팬오션의 공개매각이 추진될 시점에서 인수자가 없을 경우 산은에서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점과, 인수하더라도 수익성을 전제로 기업가치가 살아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점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박근혜정부 초기에 그리고 정책금융의 맏형으로서 국민경제 차원에서 금융지원을 해야 하는 역할이 산은을 짖누르는 것이다.
특히, 강만수 전 회장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홍기택 회장이 STX그룹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런 무게감에 이어 채권금융기관들도 기업구조조정은 채산성에 기반을 두고 엄밀하게 진행돼야 하는 원칙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too big to fail)'는 통념에 밀려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STX그룹의 은행권 여신은 11조원을 능가하고 STX조선만 봐도 관련업체까지 포함해 총 10만여개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나쁜 시기의 정권 초기는 어떤 기업이라도 유리한 입장에서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채권금융기관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경기가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STX그룹처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기업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을 하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당초 정책금융의 목적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이날 금융당국에서 나오는 말도 채권금융기관에게 한편으로는 힘이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건설과 조선 및 해운업 등 경기취약업종에 대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관리할 것"이라며 "신속하고도 엄격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조선, 해운이 어려운 입장이지만 내년 정도면 회복될 것 같다"며 "조선-해운이 대표적인 경기순응 산업인 만큼 금융지원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이날 계열사 STX다롄조선이 1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7.82% 급등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