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실물경기 하강과 부채위기가 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채위기의 핵심 해법으로 추진했던 긴축 카드를 내려놓을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실업률이 27%까지 상승,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민간 경기를 중심으로 침체가 지속되자 정책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위기 이후 지속해 온 긴축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에 따른 민간 경기 위축이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스페인 정부는 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한편 재정적자 규모를 EU의 요건에 맞게 떨어뜨리는 데 2년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를 종전 예상치인 4.5%를 크게 웃도는 6.3%로 높여 잡았다. 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EU에서 제시하는 기준인 3% 이내로 떨어지는 시점을 2016년으로 제시, EU와 합의한 기존의 목표 시점보다 2년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 축소나 세금 인상을 단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스페인 정부의 계산이다. 긴축을 통한 급속한 성장 회복보다 민간 소비와 고용을 향상시켜 완만하지만 탄탄한 회복을 이끌어내겠다는 얘기다.
스페인 정부는 긴축의 고삐를 늦출 경우 가계와 기업의 재정에 숨통이 트이고, 이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고용 회복과 실물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스페인 정부의 움직임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고강도 긴축보다 성장을 부양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가 단시일 안에 강한 성장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획기적인 위기 해법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며, 긴축 속도를 늦춘다고 해도 당장 강한 성장 회복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1.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당초 전망치인 0.5% 마이너스 성장에서 더욱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내년 0.5% 성장을 이루며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