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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니얼 퍼거슨 교수의 '케인즈 디스'

기사입력 : 2013년05월08일 16:44

최종수정 : 2013년05월08일 16:44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폴 크루그먼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에 맞붙을 만한 존재로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제격이었다. 

폴 크루그먼 교수(좌)와 니얼 퍼거슨 교수(우)(출처=허핑턴포스트)
크루그먼 교수는 아다시피 케인지언(Keynesian; 케인즈 이론 추종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까지 망가지자 다들 대공황 때의 처방전을 떠올렸다. 그 때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관리해야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던 이가 바로 존 메이나드 케인즈였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이면서 시장에 맡겨졌던 자본주의가 정부 손에 넘어왔다.

다시 찾아온 전 세계적 불황에 죽은 케인즈라도 살아온 듯 '정부의 펌프질'이 해답이란 생각이 전 세계에 만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걸 "바꿔보자(change)"란 표어에 맞춰 시행하고 나섰다. 뼛속 깊이 케인지언인 크루그먼 교수의 위상은 더 높아지는 듯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와 함께 다시 나라 곳간을 잘 관리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살아나고 긴축 분위기가 조정됐다. 크루그먼 교수 역시 변론에 나섰다. "그리스 위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재정 건전화가 아니라 경기부양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나선 것.

이에 맞선 의견들도 계속됐는데, 그 가운데 미래에 올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생각해 긴축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주장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퍼거슨 교수다.

크루그먼과 퍼거슨 교수, 이 둘은 내가 학생이 아니라 그런지 교수라기보다는 '논객'에 가깝게 보인다. 둘은 언론을 잘 이용해 왔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고정 칼럼을 쓰며 재정 확대 필요성을 소리높여 외쳐왔고, 퍼거슨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이용해 대적해 왔다. 그러면서 두 논객은 대중성을 확보했고, 이들의 학문적 기반 역시 만만치 않은 터라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글)을 듣고 있자면 소모적 논쟁이기만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방은 때론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올라갔다. 2009년 인플레이션 논쟁을 벌일 당시 크루그먼 교수는 "역사학자라 경제학의 기본을 모른다"고 퍼거슨 교수를 비난했고, 이에 퍼거슨 교수는 '언어 설사(verbal diarrhoea)'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맹공했다. 첨언하자면 퍼거슨 교수는 역사학자이긴 하지만 영국의 금융 및 경제사를 전공했고 <금융의 지배> <로스차일드> 등 경제학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의 저서들을 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출처=슬레이드닷컴)
그런데 이 팽팽했던  '부양론자 대(對) 긴축론자'  논쟁 구도에서 퍼거슨 교수가 삐끗했다. 수위를 조절 못한 '케인즈 디스(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공격하는 행동이나 말)'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와 직접 맞붙은 건 아니지만 최근 그렇잖아도 논문 오류 파문 때문에 기울고 있던 긴축론자 편에 부담을 주게 됐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린 한 투자회의에서 케인즈의 그 유명한 말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장기적으로는 모두 죽는다)"는 말을 거론했다. 

케인즈 이론에 대한 질문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케인즈의 이 말은 정부의 개입 때문에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게 던진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균형과 안정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서 쓰인 말이다.

그러나 퍼거슨 교수는 케인즈가 동성애자였고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단기적인) 사고를 갖게 됐다고 말해 좌중을 충격의 침묵 속에 빠뜨렸다. 케인즈가 동성애자였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과 학문적 성과를 연결시킬 줄이야.

케인즈는 실제 동성을 좋아했다. 그러나 러시아 발레리나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해로하기도 했다. 자녀는 없었다.

퍼거슨 교수는 다음 날 곧바로 "전폭적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와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에 장문의 공개 서한을 올렸다.

우선 자신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자신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자신의 아들의 대부로 동성애 언론인으로 유명한 앤드류 설리반을 세웠겠냐고 했다. 그리고 케인즈의 부인이 유산했던 경험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발언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 오묘하다. 읽다보면 결국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자신이 경제학자와 달리 역사학자란 점에서 통계만큼이나 한 사람의 전기(biography)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전기에 따르면 케인즈가 어울렸던 집단인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 자체가 하나의 성적지향(동성애)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이들의 지적인 삶과 감정적인 삶은 서로 얽혀있었다고 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와 그 부인(출처=가디언)
그리고 마치 귀엣말하듯 "케인즈가 블로거와 인터넷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생각들 가운데에선 지금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질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케인즈는 저서 <평화의 경제적 귀결(The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Peace)>에 "만약 이웃 국가들이 번창하고 평화롭지 않았다면 폴란드 경제는 유대인 박해 외의 산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폴란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케인즈를 읽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으며, 케인즈는 미국인에 대해서도 '체로키'라고 부르며 경멸했다고 '굳이' 알려줬다.  

이렇게 '위대한' 케인즈도 때때로 어리석은 말을 했고 대부분의 교수들도 그렇다며 퍼거슨 교수는 자신의 어리석은 발언을 반성하는 듯  케인즈를 다시 디스(?)한 것이다. 구차하다기 보다는 세련됐다고 할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사과하면서도 새로운 지식까지 동원해 가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방법이.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최근엔 블로그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널리 사용되면서 우스개 소리로 "입이 달린 누구나 주장이란 걸 한다"고 한다. 그런데 참  쓸 만한, 세련된 논객은 적다. 

특히 자신을 논객이라 칭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과 SNS 공간을 흐리는 것을 보면 논리와 지식, 그리고 세련된 방법으로 무장한 진정한 논객이 아쉽다.  지식의 깊이가 있어야 직설을 해도 흉하지 않고, 비유가 현란해도 시끄럽지 않은 법인데 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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