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제품' 찾는 고객유치..에르메스-PPR 등 악어농장이나 무두업체 등 인수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글로벌 고가품 업체, 이른바 명품 업체들이 가죽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이 점점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 원하는 대로 주문제작되는) 제품, 독특한 '나 만의 제품'을 원하는 경우가 늘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국적이면서도 고품질의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일반 기업들이 석유 같은 상품(commodity)을 확보하려는 경쟁, 와인업체들이 포도밭을 인수하는 경우와도 같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르메스와 LVMH, PPR 등 고가품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가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들에 나서왔다.
(출처=파이낸셜타임스) |
켈리백, 버킨백 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즈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악어 농장을 잇따라 사들였다. 하나의 핸드백을 만드는 데엔 악어가 세 마리까지도 필요하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는 필수.
에르메스는 또 프랑스 송아지 가죽 공급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붉은색 고기 섭취가 줄어들면서 가죽 확보가 점점 제한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가죽 백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 지난 2008년 이래 가죽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다.
프랑스 가죽위원회 폴 바티그네 회장은 "고급 송아지 가죽을 위해서는 송아지를 잘 먹여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죽 품질이 좋을 수 없다"고 밝혔다.
판매 규모로 치면 세계 최대의 고가품 업체인 LVMH는 지난 2011년 싱가포르에 있는 악어 농장의 지분 상당부분을 샀다. 버나드 아르노 이 회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원재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PPR은 파충류가 워낙 규제를 받고 있는 종(種)이기 때문에 파이톤(비단뱀) 가죽 확보 과정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지를 고심중이다.
이탈리아 고가품 업체 연합인 알타감마 협회와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의 선물 수요가 줄면서 올 가을 전 세계 고가품 업계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주 희귀한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타감마 협회 보고서는 "로고가 새겨져 있지 않으면서 아주 고품질인 제품, 정교한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전 세계 고가품 시장 성장률은 5%로 10%였던 작년의 절반 밖에 안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