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공매도 7.8만주…평소 비해 5~6배 급증
[뉴스핌=정경환 기자]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하루에 6% 넘게 급락한 데에는 공매도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전자의 공매도 수량은 7만8446주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개월 일평균 공매도 수량 1만3894주에 비해 5.65배 급증한 수준이다.
당일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6600억원 가량이었다. 매도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공매도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매도가 현재가 이상 가격으로 이뤄져야 함을 감안하면 7만8000주 공매도 물량이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볼 순 없으나 적어도 반등세를 억눌렀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파생상품파트 애널리스트는 "업틱(Up-Tick) 규정으로 인해 공매도는 시장가 이상으로 때려야 한다"며 "반등을 시도할 때 공매도에 걸리므로 주가 하락에 직접 타격 줬다기 보다 반등세를 누르는데 일조를 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수준을 봤을 때 지난 7일과 같은 급락세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림> 최근 1개월 삼성전자 주식 대차잔고 변동 추이, 한국예탁결제원.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 대차잔고는 지난달 20일 이후 꾸준히 증가해 급락 직전인 지난 5일 354만주까지 11.31% 늘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조2885억원에 달한다. 대차잔고 순위 2위인 포스코 2조6553억원의 약 두 배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60% 상승 중이었으나 지난 7일 8만주에 가까운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6.18% 급락 반전했다.
공매도 수요를 주가의 절대적 하락에 베팅하는 것과 상대적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나눠 본다면 현재 투자자들은 적어도 삼성전자의 상대적 주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는 주가가 절대적으로 과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투기적 공매도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판단에서 유발되는 롱숏 공매도로 나눠 볼 수 있다"며 "지난달 20일부터 삼성전자 대차잔고가 증가세에 있는 것은 적어도 누군가는 삼성전자를 팔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7일 현물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 선물도 평소 200계약의 6배 가까이 늘어난 1200계약이 외국인에 의해 팔려 나갔다"며 "이 같은 상황은 애플 등 기타 삼성의 경쟁업체들에 비해서 삼성 주가가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이를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했을 때 대차잔고 비교만으로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포스코의 7배가 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대차잔고가 포스코의 두 배 정도인 것을 두고 많다고 하긴 어렵다"며 "삼성전자 종목 자체의 하락 베팅이라기 보다는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6% 급락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최근 10년 간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5% 이상 급락한 사례는 이번을 제외하고 총 22회, 코스피지수 대비 4% 가량 언더퍼폼한 것은 총 5회뿐이었다. 5회 가운데 세 번은 삼성전자의 공식 실적 발표와 관련된 하락이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기업분석2팀장은 "지수 하락 및 실적 발표와 무관한 경우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와 애플과의 소송에서 10억5000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은 경우뿐"이라며 "이번처럼 불확실한 증거에 의해 삼성전자가 시장 대비 4% 이상 언더퍼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