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등 정치이슈에 후순위로 밀려…해외금융 계좌 신고제도 보완 필요
[뉴스핌=고종민 기자] 민주당 안민석·김영환·홍종학 의원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부자 역외 탈세 방지법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9월 정기국회 이전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역외 탈세 방지를 위한 법안 발의는 국내 독립 언론 '뉴스타파'의 재산은닉 혐의를 가진 한국인 명단 1차 공개를 통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한국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는 지난 5월22일 조세회피처(Tax Haven)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탈세혐의를 가진 한국인 명단을 1차로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의 쟁점에 밀려 후순위로 미뤄둔 모습이다.
◆ FIU법과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뉴스타파의 정보 공개 당시 일제히 후속보도를 했던 국내 언론사들도 최근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선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활용안을 담은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개정안(FIU법)'을 처리하면서 지하경제양성화·부유층 역외탈세 근절 이라는 자평을 하고 있으나 국세청의 당초 구상보다 접근방식이 깐깐해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세청이 모든 국내 기업이나 개인들의 해외 금융 거래를 모니터링하기에 제한을 받는다. 아울러 국세청은 고액현금거래(CTR)와 의심거래정보(STR)의 위법성 여부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세원확충·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방안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관련 법안 심사도 더딘 편이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11월19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행위를 제보한 경우 징수 금액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재연 의원과 김영환 의원도 지난 5월과 6월 각각 신고대상 확대와 신고위반기준 강화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
야당 의원들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보완에 주목하는 것은 이 제도가 역외 탈세 방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지난 2010년 역외금융정보 수집을 통해 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해 세원기반을 확대하고 과세 형평성 제고 및 역외탈세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내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한번이라도 해외 보유계좌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면 다음년도 6월 국세청에 계좌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에 따르면 2012년 8월 기준 해외금융계좌 총 신고인원은 652명이다. 신고계좌수는 5949개, 신고금액은 약 18조6000억원이다.
문제는 신고 규모와 실제 은익 추정규모와 차이다. 조세정의 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에 따르면 1970∼2010년 동안 한국 조세피난처 은닉 추정 자산은 약 880조원(7790억 달러) 수준이다.
대부분의 은닉 자산이 자진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조세 회피 지역의 해외금융계좌 제보와 FIU 정보가 있어야 세금 징수가 용이한 만큼 법안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 한국, 조세피난처국가와 조세정보교환 협정 2곳 뿐
김사우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재정경제팀장은 "한국과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해 시행중인 국가는 2013년 6월 현재 쿡 아일랜드, 마셜제도 2개국 뿐"이라며 "체결을 추진 중인 국가가 15개국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바누아투·바하마와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체결했지만 전 세계 조세피난처가 40여 개 국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협정 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팀장은 "또한 여전히 저세율 국가·역외금융센터에 자회사 또는 펀드를 설립하거나, 현지차명계좌를 이용해 해외발생소득을 과세이연 또는 은닉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의 경우 신고해야 할 보수 추정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국과 지속적인 금융정보 교환으로 과세인프라를 확보하고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며 "비협조적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 유인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